9일 일본 오키나와. 미주개발은행(IDB) 제46차 연차총회를 하루 앞두고 우리나라 경제총수와 은행장·기업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유지창 한국산업은행 총재, 신동규 수출입은행장, 황영기 우리은행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등 은행장들과 조건호 전경련 부회장, 이명진 삼성전자 상무 등이 그들. 모두 한결같이 흥분된 얼굴이었다.
정부가 1979년 가입을 추진한 이래 26년 만에 숙제 중의 숙제를 해낸 순간이기 때문이다.
IDB는 우리에게 아직 낯선 국제경제기구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위세를 떨친 IMF(국제통화기금)나 쌀개방 때 들먹거려졌던 WTO(세계무역기구) 등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미주개발은행에 우리나라가 왜 가입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주개발은행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큰 지역개발금융기구다.
'IDB 가입'과 'IMF 지분율 확대'는 국제경제기구에 대한 우리 정부의 2가지 지상과제였다.
그 중 하나인 IDB 가입이 지난달 16일 미국 워싱턴 IDB본부에서 이뤄졌고 한 부총리와 우리나라 은행장·기업인들이 이번 총회에 회원국 자격으로 처음 참가한 것이다.
역외국가에 좀체 문호를 개방하지 않은 IDB 관례 때문에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회원국이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IDB에 가입하지 못한 것은 브라질을 비롯한 IDB 주요 회원국들 반대 때문이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우리나라가 차입국가라는 점을 들어 가입을 반대했다.
또 IDB 자본금을 늘리지 않아 가입 여지를 차단했다.
그러나 가입을 반대한 진짜 이유는 한국 기업들의 남미시장 진출이 가속화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대거 남미시장에 진입할 경우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는 2003년부터 재정경제부 차관 등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지로 보내 경제협력을 약속하고 지지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 왔다.
정부는 IDB 가입으로 우리 기업들의 중남미시장 참여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DB 같은 국제개발금융기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절차가 비교적 공정해 현지 기반이 취약한 우리 기업들도 수주하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회수 어려움도 적다.
한국의 이미지 제고로 이 지역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시장 진입에도 적극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덕수 부총리는 이번 총회에서 칠레 및 멕시코 재무장관 등 중남미 핵심국가 대표와 연쇄 회담을 갖고 IDB 가입에 따른 경제협력 및 FTA 확대방안을 논의한다.
우리 기업의 중남미 진출 협조도 당부할 예정이다.
특히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IDB 총재와 한 부총리와의 회담에서는 4월 중 IDB 대표단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IDB 조달절차 및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회를 갖기로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총회기간 중인 11일 정부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POSCO, 한국전력 등 한국의 대표적인 5대 기업 대표들과 함께 중남미 민간기업 및 금융기관 대표들을 대상으로 합동기업설명회를 갖고 '한국경제 세일즈'에도 나선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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