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훈의 '현의 노래' 영화로 만든다

'소리'를 지키기 위해 조국 가야를 등지고 신라의 품에 안긴 우륵의 이야기를 다룬 김훈(56)의 동명소설 '현의 노래'가 '동승'을 제작한 스펙트럼 필름 코리아와 주경중 감독에 의해 영화로 거듭난다.

제작사 스펙트럼 필름 코리아는 지난해 이 소설의 영화화 판권을 구입한 뒤 시나리오 작업을 마쳤으며 올 가을 크랭크인에 앞서 캐스팅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쯤 개봉될 '현의 노래'는 7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

2001년 동인문학상을 받았고 2004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훈씨의 이전 작품 '칼의 노래'가 이순신이라는 무인(武人)을 내세웠다면, '현의 노래'는 12가야금을 만든 우륵이라는 예인(藝人)을 등장시켰다.

국운이 기울어가는 가야의 '궁정악사' 우륵은 자기를 알아주는 진흥왕의 신라에 투항하고, 현(絃)이 구현하는 궁극적 아름다움을 향해 삶을 거듭거듭 불태워 간다는 내용이다. 영화 '현의 노래'는 소설에 비해 우륵의 제자 니문과 궁녀 아라의 사랑 이야기가 강화됐다.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원작에는 없지만 시나리오 곳곳에 대마도가 신라의 영토라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가야 가실왕에게 집사장이 신라와 백제, 왜 등의 국제정세를 보고하는 대목이나 우륵의 대사에도 대마도가 언급된다는 것이다.

"신라군이 우산국(울릉도)을 치고 다시 대마도(임나)를 차지했다"고 집사장이 보고하자 가실왕은 "척박하고 들이 없는 섬이 아니더냐"라고 반문하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또 가야금을 지키기 위해 신라 귀순을 마음에 둔 우륵의 "우산국도 대마도도 이미 신라 땅이다"라는 대사도 들어간다. 독도와 관련한 노랫말로도 익숙해진 신라 장군 이사부도 비중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주경중 감독은 "대마도가 우리 땅이었다는 근거 자료가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다"며 "대학시절부터 대마도는 우리 땅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영화도 지난해 가을부터 준비한 만큼 최근의 독도 문제에 편승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의 노래'는 가야의 유적지인 고령군 일대와 김해시, 그리고 무주군에 세트를 지어 촬영에 들어간다.

조향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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