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정부가 오는 2010년까지 초'중'고교생 8만 명(상위 1%)에게 영재교육을 하고 40만 명(상위 5%)에게 수월성 교육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과거에 비해 영재교육 열기가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는 것.
그러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영재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정확한 인식과 정보는 부족한 편이다. 특정 분야 우수 학생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영재교육이 명문대 진학을 위한 심층'선행학습으로 받아들여져 입학 경쟁 과열과 사교육 열풍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 게다가 영재교육을 '남의 일'로만 여겨 아이의 영재성을 썩히는 학부모도 부지기수다. 영재교육,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자.
▲영재교육원 현황
영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크게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과 교육청 영재교육원으로 나누어진다. 대구에는 11개의 영재교육원과 1개의 영재학급에서 모두 1천780여 명의 초'중'고교생을 교육하고 있다. 교육 분야는 수학과 과학, 정보 등의 이공계열과 미술'음악 등의 예술계열, 그리고 외국어고가 영재학급으로 운영하는 영어'일본어'중국어 등의 어문계열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영재교육원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고학년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받을 수 있는 영재교육은 대구교대 미술영재교육원이 유일하다.
영재교육원에서 수업하는 내용은 주로 탐구'심화학습을 위주로 한다. 과학 수업의 경우 양초시계 만들기, 배는 왜 흔들리지 않을까 등 일상생활 속의 소재를 통한 호기심 자극과 실험을 통한 문제 해결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 수학 수업도 비슷한 형태로 꾸며져 달력에서 알아보는 규칙, 도미노 탐구, GPS의 이해와 도형 성질 탐구 등을 소재로 원리 이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수업 방식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주로 학기 중 교육, 방학기간 집중교육, 영재캠프 등 세 가지로 나눠 진행되며 연간 100시간가량의 수업이 실시된다. 학기 중 교육의 경우 수요일 또는 토요일 방과 후 2~4시간씩 운영된다.
▲어떻게 준비하나
영재교육원 입학을 위해서는 일단 학교장이나 지도교사, 영재교육 전문가의 추천이 필요하다. 영재교육원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서류전형과 1차 창의성'영재성 검사, 2차 지필고사를 통한 수학능력검사를 거친 뒤 마지막 구두 및 실험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시험은 보통 연말에 전형을 시작해 이듬해 3월경까지 계속된다.
문제는 영재교육원 입학 경쟁률이 평균 5대 1에서 10대 1까지 치솟으면서 영재교육원 입학을 위한 사설 학원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입학 시험을 대비해 3, 4개의 학원을 중복 수강하거나 족집게 과외까지 받는 일이 흔한 것.
하지만 황의욱 경북대 과학영재교육원장은 "영재는 학원 수강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학원에 달려가기보다는 부모가 아이에게 가능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지속적인 지적 자극을 주고, 캠프나 전람회'발명품 대회'각종 경시대회 참가 등을 통해 체험학습과 탐구활동이 몸에 밸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내 아이가 어떤 분야에 영재성이 있는지 부모가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호기심이 강하다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아이답지 않은 어휘를 구사한다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 한다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배운다는 등의 특성을 보일 때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이나 사설 영재교육 기관에서 실시하는 영재성 판별 테스트를 받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무작정 영재교육원에 밀어넣었다가는 중도탈락하거나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우려가 크다.
▲입시학원으로 오인은 금물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영재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나 판별도구가 마련되지 않아 올바른 영재교육 실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재와 수재를 혼동하는 일이 많은 데다 영재 판별 시험 또한 선행'속진학습 위주의 지식 능력 측정에 치우치는 일이 많은 것. 특히 학원 선수학습을 통해 오랜 시간 훈련된 학생들의 경우 영재인지 아닌지를 판별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혼란 때문에 학부모들 가운데는 영재교육을 대학입시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지름길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아예 영재교육원 프로그램이 속진학습 중심으로 이뤄지길 요구하는 학부모들까지 있는 실정이다. 또 영재교육 프로그램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미취학 아동들의 영재교육은 사설학원을 통하지 않으면 아예 불가능한 데다 그나마 현재 운영되고 있는 영재교육원의 수업도 학년별로 나눠져 월반이 불가능하도록 돼 있어 영재교육의 본래 개념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황의욱 원장은 "영재성 테스트를 단순한 지면 테스트에 의지하기보다는 면담과 관찰 등을 통한 심층평가 비중을 높여 수재와는 다른 영재를 올바로 선발해내는 방법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초등학생이라도 대학교 이상의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수준별 학습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尹 탄핵심판 선고 앞 폭동 예고글 확산…이재명 "반드시 대가 치를 것"
노태악 선관위원장 "자녀 특혜 채용 통렬히 반성" 대국민 사과
[단독] '애국가 부른게 죄?' 이철우 지사,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시대의 창-김노주] 소크라테스의 변론
선관위 사무총장 "채용 비리와 부정 선거는 연관 없어…부실 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