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이콥의 거짓말'에서 팬케이크를 만들어 파는 장사꾼 제이콥은 동료에게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들은 소련군의 진군 소식을 말하게 된다. 이 일은 나치들이 소유를 금지(소유하면 사형에 이르는 중죄)한 라디오를 그가 가지고 있다고 와전돼 퍼진다. 하지만 라디오가 없다고 밝혀지면 오히려 절망해 죽을 사람이 더 많아지게 될 상황에 이르자 제이콥은 그들을 위해 희망적인 뉴스를 만들어낸다. 수용소 안의 유태인들은 그가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거짓말 때문에 희망을 잃지 않는다.
◇ 사실 인간이 사실만을 말해야 하고, 사실만을 받아들여야 할 존재라면 세상에는 절망하거나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게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거짓말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정신적'물리적으로 고통을 주는 등 '음해 행위'가 넘쳐나고 있기도 하다. 고소'고발인의 주장에도 신뢰성이 희박하고 공권력 낭비를 부르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 검찰에 따르면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은 지난해 1천587명으로 2003년(1천208명)보다 25% 이상이나 늘었다. 이같이 법정에서 위증이 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이들 위증 사범에게 잇따라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서울 남부지법이 지난달 말 위증죄로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한 데 이어 최근 서울서부지법도 2명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한다.
◇ 사실 우리나라 법정은 위증이 너무 많아 '거짓말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어떤 법관의 지적대로 '연고주의 때문에 친한 사람을 위해 거짓말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주된 원인이다. 게다가 처벌도 약하거나 제대로 되지 않아 왔다. 위증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100만 원 내지 200만 원 벌금이나 집행유예 선고가 고작이었다.
◇ 최근 위증 사범을 적극적으로 단속하겠다는 검찰의 의지는 크게 반길 일이다. 법원의 공판중심주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위증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왜곡시켜 사법 기능과 형벌권 집행을 방해할 뿐 아니라 그 피해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위증은 '생사람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암적 존재이며, 비열하고 악랄한 반사회적 범죄 병리현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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