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나는 도둑, 기는 경찰

"입주자분들은 외출시 창문과 출입문을 꼭 닫아 도둑 침입을 막아 주시기 바랍니다."

10일 오후 8시쯤 안동시 정하동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도둑 주의보' 방송이다. 이달 초 대낮에 이 아파트 2층에 도둑이 들어 노트북 등을 훔쳐갔으나 범인을 잡지 못하자 주민들의 자체 경비를 부탁한 것.

안동에서 최근 금은방 털이 범행이 잇따르면서 금은방 주인들의 탄식은 더욱 답답하다. "이젠 우리가 나서야 할 것 같아요. 골목에 CCTV를 설치하든지, 순찰조를 편성하든지…. 털린 금은방이 한 두 군데라야지."

안동이 갑자기 '도둑천국'으로 바뀌는 듯한 인상이다. 지난 2월 7일 새벽 4시쯤 설날을 앞두고 비상 경계령 속 시내 대형소매점 사무실에서 4억 원이 든 0.7t짜리 금고가 통째 사라졌다. 경찰이 금고털이 범인을 추적 중인 가운데 2월 16일 새벽 3시쯤에는 옥야동 ㅅ금은방에서 2천만 원의 금은 보석을 털렸다.

이튿날인 17일 새벽 5시50분쯤에도 남문동 한 보석상이 3천만 원어치를 털렸다.경찰은 부산하게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은 오리무중. 이런 마당에 시내 한복판 대로변 금은방이 또 털리자 경찰을 지켜보는 시민들 눈초리가 따가워지고 있다.

경찰은 경찰관들을 총동원하다시피 했으나 수사가 원점에서 맴돌자 추가범행 예방을 위해 수 차례 금은방 업주와 전당포, 금고 등 현금 취급업 관계자들을 모아 방범요령 등을 교육했다. 그러나 장기 수사로 피곤해진 경찰은 최근 일진회 학생 폭력조직 수사에다 청송감호소 탈주범 사건까지 겹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형편.

"체력이 달려 병가라도 내야 할 것 같아요. 어디 처리해야 할 사건이 한 두 가지라야 말이지요. 요즘 안동이 왜 이렇게 바뀌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한 경찰관의 넋두리다. 자칫 '안동에선 털어도 안 잡힌다'는 오해(?)가 퍼질까 걱정된다. 경찰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하지만 분발이 기대되는 요즘이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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