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생 선도부 과연 필요한가

친구들 위에 군림하는 '공인된 권력'

"왜 같은 친구인 학생에게 복장 검사를 당하고 물건을 압수당해야 하는 거죠?"

학교 인권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학교 선도부 또한 비인격적이며 비교육적이라는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교사가 담당해야 할 생활지도를 '선도부' 학생들이 담당하면서 같은 학생끼리 친구를 교사에게 고발하거나 벌점을 주고 심지어는 벌을 세우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청소년단체에서는 선도부 제도가 학생들끼리의 불화를 조장하는 데다 같은 동료에게 처벌을 받게 함으로써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등 문제점이 많아 교칙의 민주적 개정과 선도부의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교 선도부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자.

▲학교 선도부의 실태

대구 ㅅ중학교에서는 아침마다 10여 명의 선도부 학생들이 교문에 늘어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감시한다. 교복 명찰을 달고 있는지, 가방은 교칙에 적합한 것인지, 색깔 있는 양말이나 발목 양말을 신지 않았는지, 머리 길이가 턱 선을 넘지 않는지 등을 일일이 검사하는 것. 그리고 적발당하면 선도부에게 이름이 적히고 벌을 서야 한다. 또 점심시간에는 선도부가 반마다 소지품 검사를 실시해 만화책이나 잡지, 군것질 거리를 소지한 학생을 적발해 책을 압수하고 벌점을 매긴다. 머리에 핀을 꽂는 것도 단속 대상이다.

이는 대구시내 대부분의 중'고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많은 학교에서 '선도부'라는 이름의 학생 조직을 구성해 학생 생활지도를 맡겨두고 있기 때문.

이 같은 '선도부'는 일부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일진회와 같은 폭력조직이 아니지만 '공인된 권력'으로 친구들 위에 군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도부 활동을 하게 되면 봉사활동 점수와 공로상이라는 특별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비인격적인 선도부 제도

하지만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 '선도부'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다. ㄷ중학교 김모(15)양은 "선생님께 교칙 위반으로 혼나도 기분이 좋지 않은데 같은 친구에게 혼나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다"며 "가끔 선도를 담당하는 아이들과 같은 학년들 간에 감정 대립으로 인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ㄱ중학교에서 선도부장을 지냈던 장모(16)양은 "아이들과의 마찰이 잦아 선도부원들도 힘겨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성적이 좋고 품행이 바르다는 이유로 선생님에 의해 일방적으로 선도부에 지명된 학생들은 심리적 부담감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선도부란 일진회와 별다를 바 없이 일반 학생들 위에 군림하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일 뿐이다. 김형수 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 세상' 간사는 "심지어는 교사가 학생 관리가 수월하다는 이유로 소위 '짱'이라는 아이들에게 선도부 활동을 시키는 경우까지 있다"며 "선도부와 같은 비인격적인 제도는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고 폭력을 용인하는 문화에 익숙하게 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수긍할 수 있는 교칙 개선이 우선돼야

학생들과 청소년 관련 단체에서는 '선도부'를 통해 교칙을 강제하기보다 학생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교칙 개정을 통해 자발적으로 교칙을 준수하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ㄷ중학교 채모(15)군은 "발목 양말 신지마라, 머리 길이는 5㎝ 이하로 하라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교칙은 당연히 따르지 않는 학생들이 많을 수밖에 없게 된다"며 "학생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교칙을 만들고 이를 학생 자치 조직이 자율 규제해 나가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딧불이'와 '우리 세상' 등의 청소년 관련 단체들도 "학생에게 교사의 권력을 위임하고 이를 통해 아이들을 쉽게 통제하겠다는 현재의 선도부 운영 방식은 1970년대 억압적인 군사 문화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없어져야 할 폭력적 학교문화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채우기 대구시교육청 장학사는 "교사가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모두 담당하기에는 업무 부담이 너무 커 선도부의 도움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며 "학교 생활규정을 민주적으로 개정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삼가도록 지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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