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가 53세 되던 1881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교훈성 짙은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미하일. 그는 원래 천사였지만 남편 없이 2명의 자식을 키우던 한 어머니의 목숨을 가져오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어겨 땅으로 추락하게 됐다. 그리고는 구두 만드는 기술자인 세몬을 만나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인간의 삶 속에서 하느님이 내린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된다.
추운 날씨에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자신을 차마 쫓아내지 못하고 한 집에 살도록 해 줬던 세몬의 아내 '마트료나'를 통해 사람의 마음 속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찾게 되고, 엄청난 돈과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죽을 날조차 알지 못하는 신사를 통해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죽음'이란 답을 깨닫게 된다. 끝으로 미하일은 자신이 안타까운 마음에 목숨을 뺏지 못하고 결국 천사에서 인간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게 했던 어머니의 두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두 아이들은 엄마를 잃었지만 이들을 친자식처럼 키워준 어느 부인에 의해 아주 의젓한 아이들로 자라 있었다. 이를 보고 미하일은 결국 세 가지 물음의 답을 모두 찾아내고 다시 천사가 된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 사는 마음보다 남을 위하는 사랑과 희생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우친 것이다.
1.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은 사랑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해관계에 얽혀 거짓말을 하거나 배신을 일삼고,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경우까지 흔하게 일어난다. 사랑과 현실 사이의 타협점은 어디쯤에서 찾을 수 있을까?
2. 이 이야기는 다분히 종교적 생활방식에 충실했던 톨스토이의 삶을 담고 있다. 실제 톨스토이는 부유하게 태어났지만 종교적인 사랑과 청렴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가족과의 관계에 있어 그의 생은 불행했으며 결국 외롭게 죽음을 맞이했다. 죽는 순간까지 신념과 사랑을 실천했으니 아마 자신은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과 순수만으로 살 수 없었던 그 가족의 고통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만약 내 아버지가 타인에 대한 무한의 사랑을 실천하느라 가족을 등한시한다면 어떨지 생각해보자.
3. 톨스토이가 인간은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교훈을 남기게 된 이유를 당시 러시아 사회상과 연계해 생각해보자.
지난 5일 대구 동부도서관에서는 고교생들의 독서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동부도서관 소속 상아독서회 학생들의 진행으로 대구지역 각 학교의 독서토론 동아리를 비롯해 공공도서관의 고등부 독서회 소속 학생 등 35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비롯한 6권의 책을 선정, 5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학생들의 토론 결과를 정리해 보았다.
▲사랑과 현실
거대한 공동체인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끊임없는 경쟁이 필수적이다. 이런 경쟁체제 속에서 마냥 사랑만을 옹호할 수 있을까?
이날 토론을 통해 학생들은 사랑이란 단순한 감정에 지나지 않고, 또한 그 감정이 톨스토이가 작품에서 묘사한 것처럼 신성하고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부모님의 아가페적인 사랑이나 이성 간의 에로스적인 사랑 등 모든 종류의 사랑은 순간을 스쳐 지나가는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또 학생들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인간이 행하는 배신이나 거짓말 등의 행위를 나쁘다고 매도할 수만은 없으며 자연스러운 인간관계에서의 현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랑만으로 현실을 살아갈 수만은 없으므로 사랑을 주장하기보다는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 맞다고 학생들은 결론을 지었다.
학생들은 의외로 인간이 본래 이기심과 이타심을 함께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존재라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는 듯했다. 현실이 아무리 각박해도 인간 사회가 약육강식의 원리로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편에서 따뜻한 온정이 계속 이어지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주장처럼 사랑만으로 현실을 살아갈 수는 없지만 반대로 사랑이 아예 남아있지 않다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가족애와 사회를 향한 이타심
톨스토이는 분명 종교적인 사랑과 청렴을 잘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보여준 가족애와 세상을 향한 그의 사랑에 마찰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그의 내면적인 고민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1890년에 발표된 '빛은 어둠 속에서 빛난다'를 꼽았다.
이날 토론에서 학생들은 톨스토이가 이런 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가출까지 결심하는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그의 생애에 걸쳐 나타난 가족과의 관계를 볼 때 한 가정의 책임자로서의 책임감이 부족한 처사였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가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종교와 소설이라는 수단을 통해 현실 도피를 꾀하려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톨스토이가 비록 자신의 가정을 완벽하게 꾸려나가지 못하고 임종을 맞을 때에도 초라하게 숨을 거둔 비운의 작가이긴 했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명작들을 통해 전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가로 남게 된 사회적 성공을 볼 때 가족의 희생은 어느정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가정에서의 실패는 그가 추구했던 사회에서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희생양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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