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함께 계셔 주십시오. 그래서 우리한테 평화의 언행을 가르쳐 주십시오. 당신이 피흘려 성별한 지상에 제발 평화를 주십시오. 여전히 많고 많은 피가 흐르는 저 중동과 아프리카 나라들에 평화를 주십시오. 골육상잔의 전쟁 위험이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온 인류에게 평화를 주십시오."
지난 3월 27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마지막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불과 네 문단으로 된 짧은 분량이었지만 메시지의 울림은 강렬했다.
'너무 많은 희생자들의 피로 물든 중동과 아프리카, 동족 간의 전쟁으로 위협받는 모든 인류에 평화.' 교황의 호소는 마지막 순간까지 '작지만 큰 기적'을 이뤄냈다.
그의 마지막 길 앞에서 서로 앙숙으로 싸우던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과 미국 부시 대통령이 손을 맞잡았고, 부시 대통령에 의해 '폭정의 전초기지'로 낙인찍힌 짐바브웨의 무가베 대통령이 찰스 영국 왕세자와 악수했다.
중동의 원수 사이인 이스라엘과 시리아, 이란의 수장이 조우해 대화를 나눴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와 공식적으로 전쟁 중이며, 이스라엘 정상이 이란 정상과 만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다.
3시간 동안의 짧은 '기적'이었지만 교황의 마지막 발걸음이 세계 평화를 향해 내딛는 디딤돌이 된 셈이다.
'평화의 사도'였던 요한 바오로 2세는 평생을 두고 분쟁과 전쟁 종식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때로는 독재자들과 거리낌없이 악수를 하고 세계의 분쟁 지역을 찾아다니며 평화를 호소했다.
교황은 전 세계를 향해 '전쟁은 결코 인간 공동체에 도움이 되지 않고, 폭력은 파괴할 뿐 결코 건설하지 못하며, 전쟁이 가져오는 상흔들은 오래도록 치유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는 점'을 호소했다.
포클랜드전쟁이 일어났던 1982년에는 영국과 아르헨티나를 잇따라 방문, 종전을 역설했으며 1991년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면서 내전이 발생하고 발칸반도에서 인종학살이 자행되자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1999년 코소보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유고에 특사를 파견해 전쟁중지를 호소했다.
2000년 대희년에는 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해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지역의 평화정착을 위한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자 전 세계 모든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 분쟁종식을 위한 단식을 벌였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특히 이라크와 중동 평화 정착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교황은 종교분쟁의 화약고인 요르단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등 중동지역을 방문해 오랜 중동 분쟁의 역사를 화합과 평화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동평화에 대해 그는 "평화 추구 노력이 아주 어렵고 오래 걸리더라도 계속돼야만 한다.
평화 없이 중동의 진정한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평화와 정의를 위한 무력 침공이란 있을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교황은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킨다는 명목으로 자행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단호히 반대했다.
또 무수한 민간인들이 희생된 '팔루자 학살'과 이스라엘의 야신 등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무차별 살해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교황은 "이라크 재건의 주역은 이라크인 스스로가 되어야 하며 또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더불어 이뤄질 때 이라크인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의 자유는 대화와 양보, 인도적인 물자 공급 등 평화적인 방법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사진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바티칸을 방문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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