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업체에 아파트 관리 전권을 위임하는 위탁관리가 말썽이 잦다. 대구지역이 특히 심하다.대다수 주민이 관리비, 잡수입, 하자보수보증금 등 아파트 공동 재산이 새고 있다는 의혹을 품고 있다.
◇특정 업체가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2002년 말 업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아파트 중 위탁관리 비율은 경기도가 80%로 가장 높고, 서울(63.8%), 대전(50.4%), 인천(46.3%) 등 순이다. 위탁관리가 크게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구의 위탁관리 비율은 27% 수준으로 최하위권이다.
지난해 말 현재 대구의 위탁관리 업체 수는 15개. 서울·수도권 300여 개, 부산 45개 등에 비해 적다. 따라서 대구는 앞으로 시장이 넓고, 입주민들이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여지가 많다고 볼 수 있다.
현재 15개 업체 중 8개는 관리하고 있는 아파트가 2, 3개뿐이거나 등록만 해둔 상태이며 나머지도 1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관리 아파트가 20개 안팎의 영세업체이다. 그러다 보니 1개 업체가 시장을 사실상 장악(145개)하고 있다. 결국 후발업체들의 시장 신규 진입 및 시장 확대가 어렵다는 얘기다.
위탁관리 아파트 주민들과 아파트 전문가들은 다른 지역의 경쟁체제와는 달리 대구는 특정 업체가 시장을 장기간 장악해오면서 각종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취재팀이 대구시내 주요 아파트 위탁 관리 분쟁을 확인한 결과 거의 특정업체를 둘러싼 의혹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관리 못 믿겠다
2003년 12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대구 북구 센트럴파크 주민들은 위탁관리업체를 상대로 북구청 2건, 대구시 1건, 국민고충처리위원회 1건 등 모두 4건의 민원을 제기했다.주민들은 위탁관리업체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을 주민들에게 통보하지 않았다고 했다.
주택법은 주민 과반수가 입주하면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을 통지토록 의무화했지만 이 업체는 이를 어겼다.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빨리 구성되면 구성될수록 위탁관리업체 이익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북구청이 해당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한 시공사에 책임을 물어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또 주민들은 관리업체가 아직까지도 청소, 경비, 소독, 물탱크, 엘리베이터, 재활용품 등과 관련한 용역업체 선정 자료와 아파트 관리비 통장의 입금 및 출금 상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취재팀은 센트럴파크 주민들이 제공한 관리비 부과 내역서와 지역의 한 시민단체를 통해 입수한 대구 시지의 한 아파트 관리비 부과 내역서의 잡수입, 인건비 등을 직접 비교했다. 그 결과 센트럴파크 잡수입이 매달 단일 항목으로 공개된 것과 달리 시지의 아파트는 임대, 검침료, 파지대금, 곤돌라, 기타 잡수입 등으로 세분화돼 있었다.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각종 수당도 센트럴파크는 제 수당으로 일괄 표기한 반면 시지는 직책, 기술, 생리 수당, 교통비 보조 등으로 명확히 구분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이에 대해 센트럴파크 관리회사 측은 "부과 내역서 상에는 없지만 아파트 게시판 등을 통해 상세내역을 수시로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잡수입 경우 관리비 이외의 아파트 관리로 인해 발생한 수입으로 재활용품 판매비, 단지 내 광고부착료, 단지 내 시장 개장 대여료, 외부차량 주차비, 복리시설 운용 수입 등 아파트 규모에 따라 연간 수천만 원에 이른다.
그러나 대구시내 상당수 아파트가 관리비 부과 내역서에 이 같은 잡수입 내역을 일일이 밝히지 않아 끊임없이 주민 의혹을 불러 오는 실정이다.또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인건비로 지출되는 직책, 기술, 보조, 생리, 야근, 출납 등 각종 수당 역시 거의 상세 표기하지 않고 있고, 그 내역 또한 아파트 단지마다 달라 항상 논란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아파트 관련 시민단체들은 "자치관리의 불투명한 관리행정을 개선하기 위해 믿고 맡긴 상당수 위탁관리업체마저 한 달에 한 번 주민들에게 통보하는 관리비 내역서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주민들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사랑시민연대 신기락 사무총장은 "잡수입이나 관리사무소 직원 인건비 등 주민 의혹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내역 등 주민 공동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모든 문제가 바로 해결된다"며 이것이 아파트 비리와 주민 갈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본 전제"라고 지적했다.
◇못 믿는 이유 있었다
달서구 월성주공1단지는 1994년부터 1999년까지 5년간 위탁관리업체와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주민들의 행정소송, 검찰 고소가 봇물을 이루면서 위탁관리업체는 모두 세 번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대구시 조사 결과 해당 위탁관리업체는 무자격 소장을 임명했고,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없이 관리비를 마음대로 집행하는가 하면 관리사무소 직원 급여도 불법 인상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파트 주요시설물 교체 및 보수를 위해 적립하는 특별수선충당금도 제멋대로 썼다. 시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과징금 500만 원, 영업정지 3개월,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주민들이 검찰고소 때 작성한 비리 건수도 무려 124건에 달했다.
주민들은 "위탁관리업체가 식대, 음료수, 주대, 관리사협회비 등의 명목으로 아파트 관리비를 빼내 쓰거나 소독비, 인건비를 비롯해 환풍기, 방수 등 각종 공사 내역을 부풀려 2천200만 원을 횡령 및 배임했다"고 위탁관리업체를 고소했다.
당시 이 사건은 위탁관리업체가 375만 원을 대구지법에 공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고, 주민들은 위탁관리업체의 과실을 물어 다른 업체에 위탁관리를 맡겼다.
시공사가 예치하는 아파트 하자보수보증금(아파트 단지별 5억~10억 원)도 일부 위탁관리업체 등 브로커의 개입으로 야금야금 새고 있다. 대구는 건설업체 부도 및 법정관리가 잇따라 하자보수 공사를 받지 못한 아파트가 외환위기 이후 급증, 하자보수 보증금을 관리하는 대한주택보증에 하자보수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이 50여 건에 달했고, 이 중 상당수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대구의 한 아파트 전문가는 "대구 경우 일부 위탁관리업체 등이 경쟁적으로 하자보증금 청구소송을 떠맡고, 불법으로 승소금의 30% 안팎의 리베이트를 챙기는데다 변호사 수임료로도 적잖은 돈이 나가는 바람에 상당수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승소금의 채 절반도 못 받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승소금의 20~50%를 리베이트로 받은 한 위탁관리업체 전 사장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부산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이진호 사무국장은 "부산 경우 대다수 연합회에서 소송을 대행해 줘 변호사수임료 3~8%를 제외한 나머지 돈 모두는 주민 몫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기획탐사팀=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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