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밭 개똥밭에는 쑥이 참 잘도 크는데요
빈 손에 쑥대머리라고 핀잔만 주는데요
돌절구 쑥물 한 대접 오장이 다 편한데요
내 새끼 쑥쑥 자라 돈 많이 벌면요
날마다 쑥설쑥설 쑥덕공론 천지라도요
쑥대가 왕대보담도 못할 게 뭐 있나요
저 양반 쑥스러워 내 눈을 외면해도요
왕년에 쑥버무리 안 먹고 큰 놈 있나요
자줏빛 쑥부쟁이꽃 첫사랑도 숨겼지요
부황 든 도시마다 쑥대밭이 됐지만요
팔 뻗고 허공으로 쑥떡 한 개 먹이고요
등창 난 세상 물어서 쑥뜸질을 놓습니다요
최영효 '쑥'
열두 행 끝이 모두 '요'로 끝나고 있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제목까지 포함해서 '쑥'이라는 말이 열여섯 번이나 나온다.
이 점 역시 의도적이다.
네 수를 한 연으로 한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쑥을 통해 삶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어려운 데가 없고 그대로 읽히며, 되풀이 읽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자연 회복 의지, 혹은 끈끈한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한다.
특히 마지막 수에 와서 잘 승화된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이 시편은 더욱 의미심장해진다.
정형 안에서 이와 같은 실험은 매우 뜻 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겠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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