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연인 카밀라가 마침내 부부가 됐다. 찰스-카밀라 커플은 60여 년 전 영국의 왕좌를 버리고 사랑을 선택했던 에드워드 8세와 심프슨 부인을 연상케 한다. 왕위 계승권자와 평민 여성의 결혼, 또 그녀들이 이혼녀이고 평범한 외모에 매력적인 성격의 주인공들이란 점도 비슷하다. 다른 점은 찰스와 카밀라가 서로에게 첫사랑이라는 것.
주름 잡힌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띤 두 사람을 보며 인생에서 참 마음대로 안되는 게 사랑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한때는 서로에게 우주 같은 존재였더라도 평생 그리움만 안고 사는 사람들도 많고, 첫사랑 연인들이 인생의 굽이를 돌고 돌아 운명처럼 재회하여 동심결을 맺는 예도 적지않다.
'첫사랑!' 이 단어만큼 사람을 연연하게 만드는 것도 있을까. 희미한 옛그림자만 남았을 뿐이라 해도, 언제나 사람 마음을 살랑살랑 흔들어 놓는 게 이 낱말이다. 몸도 마음도 조금씩 풍화되고 세상 물결에 닳아졌지만, 순수했던 시절의 첫사랑만큼은 여전히 보석처럼 반짝이기 때문일 게다. 박노해의 시 '사랑에는 끝이 없다네'는 세월과 상관없는 그리움을 노래한다.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 그대가 내 마음속을 걸어다니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강을 건너서도/ 그대가 내 가슴에 등불로 환하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대 이름만 떠올라도/ 푸드덕, 한 순간에 날아오르겠는가.'
틱낫한 스님도 첫사랑의 신열을 앓았다. 스물네살 때 우연히 한 여승을 만난 순간 "신선한 미풍이 얼굴 위로 불어오는 듯했다"고 고백했다. 들끓는 마음을 누르며 목젖이 붓도록 얘기 나누던 일, 그 여승이 약을 가져다 주던 일'''. 반세기 전의 약 이름을 지금껏 기억하는 스님은 "첫사랑은 맨 처음 사랑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명징한 가슴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리라.
35년 세월을 에돌아 귀밑머리 희끗한 모습으로 마주 선 두 사람을 굳이 미워하고 싶지는 않다. 얼마든지 젊고 매력적인 새 아내를 맞을 수도 있을 찰스 왕세자가 그리 잘나지도, 젊지도 않은 카밀라를 한결같이 아끼는 걸 보면 보기 드물게 순정파다 싶다. 어렵게 맺어진 두 사람, 행복했으면 좋겠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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