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전! Travel라이프 유럽 배낭여행-(9)영화'냉정과 열정 사이'무대 피렌체

붉은 돔 두오모 재회의 기적은

"피렌체의 두오모는 연인들을 위한 곳이야. 그들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지…"

2003년 개봉작인 '냉정과 열정 사이'는 여주인공 아오이(진혜림 분)의 대사로 시작된다.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는 원작소설 만큼이나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는 두 주인공 준세이(다케노우치 우타가 분)와 아오이의 10년간의 사랑을 피렌체와 밀라노, 그리고 일본을 넘나들며 스크린에 담아냈다. 그들의 애절했던 사랑은 '이탈리아 피렌체'라는 무대와 완벽한 하모니를 이뤄 아직도 가슴 속에 묻어난다. 10년 전의 약속과 10년이라는 길고 긴 그들의 사랑은 이곳 '피렌체 두오모'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지난 3월 20일 베네치아를 거쳐 드디어 고대하던 피렌체에 다다랐다. 여기저기 뻗쳐있는 좁은 골목들과 그 사이로 쉼없이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들,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줄곧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우리네 도시와 별 차이가 없을 만큼 평범하지만 무언가 매력을 풍긴다. 피렌체만의 독특한 분위기라 할까. 복잡하게 이어지는 거리에 서있다보니 어디로 갈지 망설이게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목적지는 오직 두오모. 아련히 보이는 두오모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거대한 붉은돔의 두오모가 눈앞에 우두커니 서있다. 두오모는 반구형의 천장(Dome)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피렌체의 두오모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으로 '꽃의 성모 마리아'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두오모 성당 앞 계단은 빈 공간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관광객들로 가득차 있다. 이곳에서 바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명장면이 만들어진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주인공 준세이와 아오이의 10년만의 재회가 그것이다.

1990년 그들은 동경 대학에서 처음 만나 연인 사이가 되고 10년 후 준세이의 생일 때 이곳 두오모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헤어지는 아픔을 겪는다. 세월이 흘러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복원술을 공부하고 있는 준세이와 밀라노에서 약혼자 마브와 동거중인 아오이가 밀라노에서 조우하게 된다. 마침내 그들은 "너의 서른번째 생일날, 연인들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인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라는 10년전 약속을 이곳 두오모에서 이루게 된다. 좁은 계단을 올라 쿠폴라에 선 준세이, 그 약속을 잊지 않고 찾아온 아오이. 둘의 재회와 함께 온 도시로 울려퍼지는 종소리와 붉은 지붕들로 가득찬 피렌체의 전경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영화 속 느낌은 아직도 이곳 두오모에 오롯이 남아 가슴 속을 잔잔히 채우는 듯하다.

도시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향했다. 영화 속에서 복원술을 공부하던 준세이가 성공하기까지 매일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던 베키오다리와 그라찌에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저 멀리서 준세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을 것만 같다. 피렌체 아르노강에 놓인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베키오다리. 그 위에는 전혀 다리 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온갖 상점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베키오 다리에서 바라본 피렌체는 어느곳 보다 한가롭고 여유롭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아르노 강변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 멋진 첼로 연주곡처럼 귓가를 부드럽게 간지른다. 주인공 준세이와 아오이가 같이 다녔던 일본 동경대학에서 들었던 어설픈 연주자의 첼로 연주곡. 세월의 선율을 타고 10년 후 이 곳 피렌체에서 다시 울려퍼진다. 아직도 영화 속 첼로의 아련한 음은 아르노 강의 멋진 풍경이 섞여 귓가에 머무는 듯하다.

북적이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해질녁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아르노 강변의 절경에 빠져 점점 느려진다. 언덕으로 향하는 길에는 아마추어 화가들의 그림과 피렌체의 화려한 사진들이 내걸려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묶어 놓는다. 어느덧 미켈란젤로 언덕에 도착했다. 저 멀리 두오모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하다. 붉그스름한 노을과 붉은색의 지붕이 작품을 만들어낸다. 물감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색의 노을이 하늘을 마치 불태우는 듯하다. 길거리 조명들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낮과는 전혀 다른 피렌체의 또 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저녁 노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새삼 이곳에 온 것을 감사히 여긴다. 하루만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피렌체에서의 추억은 영원히 기억할 만큼 또렷하다.

피렌체를 뒤로 하고 로마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문득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이 머리 속에서 아린다. 준세이가 뒤늦게 아오이를 쫒아 역으로 달려오지만 그녀는 이미 밀라노로 향한다. 준세이는 아오이를 따라 밀라노행 기차를 타고 결국 끊어질 수 없는 사랑을 확인한다. 많은 행인들 사이로 환하게 웃으며 아오이를 맞아주는 준세이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그들의 아름다웠던 10년 전의 약속장소, 두오모는 그렇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박지혜(대구가톨릭대 조형정보디자인과 4학년)

사진: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내려다본 피렌체의 모습. 저 멀리 두오모가 아련히 보인다. 이 풍경은 영화의 시작 부분을 멋지게 장식한다.(사진 위쪽)붉은 돔의 두오모.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주인공 준세이와 아오이의 10년 전 약속 장소이다. 씨뇨리아 광장의 모습이다. 영화에서는 이 광장의 모습이 잠깐 나온다. 지금은 지금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사진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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