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잦은 사고 공신력 잃은 농협

농협이 잦은 금융사고로 공신력을 의심받고 있다. 일부 농협직원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고객의 돈을 마음대로 빼내가는 사고가 빈발하지만 정작 농협은 "외부로 알려질 경우 공신력이 추락된다"며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에만 급급한 인상이다. 입버릇처럼 외치는 "내부감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그때뿐이고 금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농협 경북지역본부 측은 "지난 한해 동안 자체 금융사고는 40여 건에 피해액도 60여억 원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농산물 개방 압력과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농민들과 서민들의 "돈 맡기기가 불안하다"는 볼멘소리를 농협은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청도축협 여직원 박모(25)씨가 고객이 맡겨둔 정기예탁금을 마음대로 중도인출 해지해 16차례에 걸쳐 5천400여만 원을 횡령하다 10개월 만에 꼬리가 잡혔다. 박씨의 범행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됐다. 자신의 서랍 속 다른 사람의 한자(漢字) 도장을 비틀어 식별이 어렵게 출금 전표를 위조, 이웃 노인이 맡겨둔 정기예탁금 가운데 250만 원을 빼내 생활비와 용돈으로 사용했다.

고객편의를 위해 500만 원 이하 입·출금 업무는 창구 전결로 처리하는 규정을 악용한 것. 한 번 성공 후 박씨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졌고 그 횟수도 잦아졌다. 지점에 근무하던 박씨의 범행은 지난해 10월 본소 발령 후에도 계속됐다.

정기 예탁금을 1주일에 3번씩 인출하고 1년짜리 정기예탁금을 한 달 만에 해지하는 수법으로 공금을 횡령했는데 결재라인의 책임자 누구 한 명 제대로 살펴보거나 의심해 보지 않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7일 박씨를 잡은 경찰은 "유사사건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엄벌해야 한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비록 영장은 기각됐지만, 이번 사건이 남긴 과제는 분명하다. 농협의 공신력 회복을 위해선 고객을 담보로 범죄를 저지르는 농협 임직원은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청도·정창구기자 jungc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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