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대북 압박을 강화한다고 해서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에 회의적이라면서 오히려 그럴수록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14일자 독일 일간지 디 벨트 1면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북핵문제와 관련해 "일부에선 제재까지도 포함해 북한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디 벨트는 지난 12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단독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낙관했으며, 유엔 개혁과 관련한 독일 정부의 방안은 거부했다는 내용의 부제목으로 대담 내용을 요약했다.
디 벨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더는 희망이 전혀 없다고 믿을 때엔 제재를 거론할 것이지만 지금은 희망이 없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북한이 협상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위해 중국이 매우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또 "당초의 문제는 북한과 미국 간의 상호불신이지만 이는 단지 (양보) 순서에 관한 다툼일 뿐"이라며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한 적도, 미국이 북한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일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다시 말해 "북한과 미국이 핵프로그램 포기와 북한 인정 용의를 각각 당초에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노 대통령은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에 북한이 시급한 위협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뒤 "그러나 위협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매우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로 노 대통령은 "북한이 현대식 무기를 갖출 능력과 전쟁을 수행할 경제적 능력이 없으며, 햇볕정책을 통해 주관적으로 느끼는 위협감이 줄었다"고 열거했다.
남북 경협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핵문제 해결 없이 개성공단 사업을 확대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면서 기술 및 물자 반출과 관련한 '이웃국가들과의 조정' 문제를 거론해 경협 확대에 대한 미국 등의 반대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했다.
노대통령은 그러나 "대북 관계는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며, 협력사업을 통해 차츰 긴장이 완화되고 있다"면 현재 13개 한국기업이 참여 중인 개성공단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장기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대통령은 빌리 브란트 전 총리 등 많은 독일 정치인들이 한국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면서 브란트 총리의 동독에 대한 접근정책은 후일 분단 극복을 가능케 했다 며 우리도 이런 정책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보다 훨씬 더 통일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클 한국으로선 '두 개의 한국' 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노대통령은 "사실 많은 한국인들이 독일의 통독 이후 어려움을 보고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아무도 통일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뒤 "다만 통일의 속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한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회 개혁과 관련해 독일측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뒤 "독일은 A안을 선호하지만 우리는 B안이 더 민주적이라고 생각해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편 방안과는 별도로 독일이 안보리 상임 이사국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노대통령은 "독일은 강력한 경제와 평화 의지, 다른 국가들의 신뢰라는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이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느냐는 질문에 노 대통령은 "독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고 말을 끊었다.
이어 한·일 과거사 분쟁과 관련한 질문에도 노 대통령은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문제"라면서 "일본에는 과거사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할 의무가 있으나 한국으로선 지금 감정이 지나치게 뜨거워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만 말했다.
이밖에 독일 방문 목적은 특별한 것이 없으며, 기존의 우호 협력 관계를 더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노 대통령은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전후 독일의 경제기적은 한국의 경제성장에 모범이었으며, 1960년대에 독일은 우리를 지원했다"면서 "독일은 또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에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다른 나라들에 보여줬다"고 평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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