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안되는 게 많은 도시, 대구'

"아침에 넥타이 매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고, 하루 종일 아파트에 차가 그대로 서 있어 놀랐어요."

유통업체 서울 본사에서 일하다 몇 개월 전부터 생면부지의 도시인 대구에 와 생활하고 있는 ㅈ씨는 대구의 '첫인상'을 이렇게 얘기했다.

또 도시에 생동감이 없는 것 같다며 대구경제가 좋지 않아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구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위기론이 나온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 위기론에 따라 대구시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노력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의 '성적표'는 어떨까. 1991년 이후 전국 16개 시·도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와 같은 수치는 이 자리에서 재론하지 않겠다.

다만 "10년 전에 비해 대구가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됐습니까?"란 물음을 시민들에게 던져보자. "그렇다"보단 "아니오"란 대답이 훨씬 많을 것이란 판단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대구를 위기에서 건져내는데 앞장서야 할 대구시가 최근 연거푸 '헛발질'을 해 시민들에게 더 큰 위기의식과 스트레스를 안겨주었다.

대구시가 올 초만 해도 유치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던 제2정부 통합전산센터의 건립지가 최근 광주로 결정됐다.

군사적 요충지인 데다 시설보안과 정보자원의 안전성에 장점을 갖고 있어 다른 시·도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던 대구시는 결국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 센터를 유치할 경우 정보통신관련 업체와 벤처기업들이 함께 옮겨오는 등 부수적인 파급효과가 많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대구시는 도로(徒勞)에 그쳤다.

전산센터가 옮길 것이란 정보를 2년 전에 입수하고 공을 들였던 광주에, 몇 달 전에야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유치에 뛰어들었던 대구는 아예 게임이 안됐다는 뒷얘기도 흘러나온다.

대구시 일부 공무원들은 "특정 정당에 국회의원을 몰아줘 다른 도시에 비해 대구가 정보수집과 로비력이 떨어진다"는 하소연도 하고 있다.

일리는 있는 것 같지만 책임회피에 급급한 변명으로도 들린다.

대구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밀라노프로젝트도 감사원으로부터 '태클'을 당했다.

밀라노프로젝트가 별 성과 없이 수천억 원의 공적 자금을 낭비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바로 대구 시민들이다.

멀리는 위천공단에서부터 최근의 전산센터에 이르기까지 대구는 '안되는 게 많은 도시'란 부정적 이미지를 계속 쌓아가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숙지기는커녕 증폭되고 있는 '대구 위기론'을 잠재우기 위한 대구시의 대분발을 촉구해본다.

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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