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고 영원히 살도록 운명지어진, 정신과 물질, 영혼과 육체의 합일체입니다.
모든 인간이 신성하기 때문에 모든 인간의 생명은 신성합니다.
이와 같은 근본적인 진리의 빛에 비추어서 교회는 인간의 생명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자연스런 죽음에 이를 때까지 존엄하다고 선포, 보호하는 것입니다.
"(1987년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의료 종사자들에게 보낸 메시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생명'에 대한 권리를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의 핵심이자 근원으로 규정했다.
때문에 낙태와 피임을 위한 콘돔 사용, 안락사, 줄기세포 연구 등 인간 생명에 대한 인위적인 개입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자신이 전쟁, 집단학살, 낙태, 피임, 안락사 등 현대 사회의 '죽음의 문화'에 대항해 '생명의 문화'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의 제1선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낙태와 안락사를 '약자에 대한 강자의 박해'에 비유하면서 가톨릭 신자들에게 임신에서부터 자연스러운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명을 무조건 수호하도록 주문했다.
1995년 인간 생명의 가치와 불가침성에 관해 반포한 회칙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에서 "낙태는 윤리적인 무질서이며, 안락사와 더불어 어떠한 인간의 법도 정당화할 수 없는 범죄"로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었다.
또 반생명적인 현상들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차원으로까지 확산됐음을 강조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가 되기보다는 거부당하고 소외되고 뿌리뽑히고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음"을 경고했다.
또한 요한 바오로 2세는 인간의 세포를 대상으로 한 생명공학 연구가 인간 생명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인간마저도 수단화시킨다는 이유를 들어 강하게 반대했다.
불치병을 연구할 목적이라 해도 무책임한 생명공학 연구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확고한 전통적 신념은 요한 바오로 2세가 가톨릭 교리에 대한 전통적 가치를 재정립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가톨릭 교회가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다고 비판받는 원인이 됐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안락사와 사형 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했다.
1999년 1월 멕시코와 미국을 순방한 자리에서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이기적인 경제 정책과 서구 민주주의의 비도덕성을 강력히 비난하고 사형 제도의 폐지를 촉구했다.
그는 "생명을 선택한다는 것은 모든 종류의 폭력에 대한 거부를 뜻한다"며 "미국은 무익하고 끔찍한 사형제도의 폐지를 결정해야 하며 아무리 큰 죄를 저지른 범죄자라 할지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국 세인트루이스를 순방 중이던 요한 바오로 2세는 사형을 선고받은 살인범이 미주리 주지사에게 탄원하자 그를 형 집행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애썼고 결국 주지사는 그 살인범에게 관용을 베풀었다.
'생명에 앞서는 가치란 없다'는 생명 지상주의야말로 요한 바오로 2세가 주창한 가톨릭 윤리의 핵심이다.
"우리는 이렇게 외칩니다.
'모든 사람에게 존엄한 생명을! 어머니의 자궁 안에 잉태되어 있던 모든 거리의 아이들, 원주민들과 흑인들, 이민자들과 망명자들, 기회를 박탈당한 젊은이들, 노인들, 가난이나 소외로 말미암아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존엄한 생명을!' 하고 말입니다.
"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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