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권위, 비정규 법안 정부안에 강력 제동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가 정부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에 대해 사실상 노동계의 손을 들어주면서 정부안에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인권위의 이번 의견 표명은 특히 그동안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놓고 노-정이 핵심 쟁점으로 대립하던 예민한 부분을 다뤄 향후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계의 정부안 폐기 주장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인권위는 14일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2개 법안(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노동인권의 보호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에는 사실상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기간제 법안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을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사유제한'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고 사용 기간도 일정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노동부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제한과 관련해 사유제한을 반대하고 2년까지 사용기간을 두는 안을 주장해 왔지만 노동계는 객관적·합리적 사유 없는 임시직과 1년으로 사용기간을 제한해야 한다고 맞서 왔다.

인권위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동일노동은 동일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문화해 임금에서만큼은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밝혀 그동안 노동계의 주장과 같은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인권위는 국내 파견근로의 현실을 고려, 한시적으로 파견 근로자의 임금을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 임금의 일정비율 이상으로 보장하거나 파견사업주의 근로자 파견 대가를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파견업종을 전 업종으로 확대한 정부의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에 대해 인권위는 파견 근로자의 남용 문제가 한층 더 악화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파견근로자 허용범위를 제한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와 함께 파견근로자도 사용 사업주를 상대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사용 사업주의 사업장 노사협의회에 파견근로자가 참여하는 길을 열어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표명했다.

이밖에 인권위는 △기간제 근로계약시 서면계약으로 분쟁 소지 최소화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은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 등 기간제 근로자 권익보호를 위한 추가 의견을 밝혔다.

인권위는 11일 전원위원회에서 위원 8명이 이날 의견에 찬성했고 1명이 기권했으며 소수의견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인권위는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비정규직 보호라는 애초 취지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최종 의견을 냈다.

민주노총 이수봉 대변인은 "인권위의 발표에 환영한다"며 "비정규직 문제는 시장경제 논리뿐 아니라 인권보호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정부도 인권위의 의견에 따라 법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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