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생2라운드 '재취업'

'기술' 은 바늘구멍도 뚫는다

평생 직장이 사라졌다.

상시 구조조정이란 말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이 직장에서 쫓겨나면 다음 직장은? 봉급생활자 대다수의 숙제다.

최근엔 결혼으로 직장을 그만뒀다가 다시 일터로 나오려는 여성들의 일자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번주 취업면은 결혼이란 공백을 딛고, 또 실업자 신세를 극복하고, 인생 제2라운드를 시작한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그들은 재취업 성공을 위해서는 일자리 수요가 많은 전문기술을 익혀보라고 했다.

◆5년 만의 도전

정수정(34·여)씨는 지난해 초까지 주부였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 창호회사에서 일하다가 1999년 결혼과 함께 일터를 떠났다.

그리고 5년. 정씨는 지난해 초 재취업에 나섰다.

아이가 5세가 되면 다시 일터를 찾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동안의 공백은 컸다.

그가 갖고 있는 기술은 일터의 수요와는 큰 격차가 있었다.

"결혼 전 회사에서 CAD(Computer aided design) 작업을 주로 해서 그쪽으로 일자리를 찾았는데 5년 전과는 기술 수준이 완전 딴판이었어요. 일자리를 찾기에 앞서 내 가치부터 높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죠."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실직자 교육프로그램을 소개받고 지난해 3월 대구기능대학 평생교육원에 개설된 '전산응용가공' 과정에 들어갔다.

인기강좌여서 시험까지 쳤다.

"공부요? 힘들었죠. 생산시스템, 즉 기계를 알아야 되기 때문에 난생 처음 선반으로 쇠 깎는 경험도 했습니다.

일부 여성 수강생은 힘들어 그만두기까지 했어요. 강행군이었죠."

지난해 7월 수료하자마자 취업 의뢰가 들어왔다.

수료 직후 대구의 한 프로그램 판매회사에 들어갔다가 그해 말 또다른 프로그램 판매회사로 스카우트됐다.

직장을 골라잡는 위치에 오른 것이다.

"지난달 또다시 직장을 옮겼습니다.

대구기능대학에서 강의를 해보라는 의뢰가 들어왔죠. 지난달 28일부터 대구지역 기업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오토캐드 강좌를 맡고 있어요. 하루 3시간 정도 강의에 월 100여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친다는 보람, 그리고 가사일에도 신경을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주 만족스러워요."

그는 새로운 직장에 도전하겠다면 '지금 이 나이에 기술을 어찌 배울까'라는 두려움부터 없애라고 했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는 많다고도 덧붙였다.

◆실업의 아픔을 날리다

전문대학에서 식품가공학을 전공한 장우석(30)씨. 지난해 3월 다니던 외식전문업체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만 5년을 그 회사에서 근무했는데 퇴사 직전 연봉이 3천700만 원이었어요. 비교적 고액의 임금을 받는 직원을 정리한 거죠. 그때 심정요? 답답했죠.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직장을 잃었다는 상실감에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빈주머니 신세가 됐다는 거죠. 당시 아내가 임신까지 하고 있었는데 아내에게 너무 큰 걱정을 끼쳤어요."

가정을 갖고 있었던 그는 창업으로 방향을 돌리지 못했다.

요리는 물론, 식당 영업에 경험이 많았지만 위험도가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창업이 아닌 재취업으로 방향을 잡았죠. 그리고 아예 다른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관심있는 분야를 두드려야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 컴퓨터야'라는 생각을 하고는 곧장 관련 기술을 익히기 위해 뛰어들었습니다.

"

생각과 달리 우리나라의 직업훈련 시스템은 괜찮았다.

실업급여를 받던 고용안정센터에 물어보니 실직자에 대해서는 정부자금으로 무료 직업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지난해 5월, 대구기능대학에 개설된 실업자 교육프로그램인 PC조립과정에 등록했어요. 하루 6시간씩 생소한 분야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관심 있는 영역이라 흥미를 잃지는 않았습니다.

"

지난해 8월 말 교육수료와 동시에 장씨는 새 직장을 얻었다.

삼성디지털프라자 대구계명점에서 컴퓨터 및 주변기기 수리 업무를 맡게 된 것이다.

현재 연봉은 1천500여만 원. 이전 직장보다는 훨씬 적다.

하지만 그는 '컴퓨터 기술은 미래를 담보하는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가장 큰 오류는 '방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뭐할까 고민만하다 세월을 보내죠. 어차피 내 앞에 닥친 현실이라면 뭐든지 도전해봐야 해요. 과거는 모두 잊고요."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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