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朴貞勳·43) 경희대 법학부 교수는 공부와 결혼한 사람 같다.
외국에 나가지 않으면 365일 학교에 나간다.
밤샘을 밥 먹듯 하고 4일 동안 3시간 자고 버틴 적도 있다.
음식을 먹으면 졸릴까봐 밤샘할 때는 우유로 버틸 정도다.
그러나 박 교수가 원래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은 아니다.
대학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공부를 해야할 이유도 몰랐다 한다.
36세에 늦장가를 간 그는 신혼여행지에서 공부를 결심했다.
덜컥 결혼하고 나니 인생 조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 박현정씨도 공부를 권했다.
경희대 법학부 박사과정에 입학해 마지막 승부라 생각하고 전쟁을 하듯 공부했다.
남들이 7, 8년 걸려 따는 학위를 3년 만에 받았다.
박사 논문은 '미국 도시계획법제에 관한 연구'로 선 계획-후 개발이 주제였다
이 논문은 서울대 대학원 등 각 대학에서 많이 인용하고, 2002년 개정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도 반영됐다.
2년간 보냈던 일본 동경대 객원연구원 시절에도 그에겐 공부밖에 없었다.
몸을 최대한 피곤하게 해야 향수에 젖지않고 생각 없이 잠들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일본 생활에서 그는 일본의 힘을 느꼈다.
국가가 정점에 서서 국민 하나하나를 연결, 국력으로 승화시키는 것을 보면서 무섭다고 생각했다.
모교로 돌아와서도 공부에 몰두했다.
최근 2년여간 1달에 논문 1편꼴을 발표했으며 그중 15편은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박 교수가 정작 자신있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농사다.
밀양박씨 대사헌공파 집성촌인 수성구 삼덕동에서 태어난 그는 소꼴 뜯은 일, 소 코뚜레 뚫은 일, 나무 지게 진 일 등 시골 얘기가 나오자 신을 냈다.
영락없는 '촌사람' 이다.
선친과 박 교수가 직접 만든 집에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산다.
여동생 다실씨는 계명대에서 미학 공부를 하며 강의도 한다.
서울에 살면서 주소지를 삼덕동에 그대로 두고 있는 이유를 묻자 그는 "아버지도 안 계신데 어머니가 얼마나 섭섭하시겠느냐"고 되물었다.
스스로 '초(初) 학자'(햇병아리 학자)라고 부르는 그는 55세까지 공부만 할 생각이라고 한다.
"이제야 행정에서 어떤 것을 개선해야 하는지 겨우 보일 정도인데 다 아는양 떠드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거다.
박 교수는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존경하는 은사이자 행정법의 권위자로 꼽히는 홍정선 연세대 법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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