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외국가서도 '우리 대통령 입'만 주목?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3일(한국시간 14일)까지 나흘간 쾰러 대통령, 슈뢰더 총리 등 독일의 요인을 만나 정상외교를 벌였다.

독일 측은 노 대통령을 초청한 이유로 표면상 '한국의 해'를 들고 있다.

하지만 뜯어보면 UN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한국의 지지를 얻고, 한국의 투자를 받는 것이 주목적인 것 같다.

한국은 어떤 목적을 갖고 있을까. 우선 교역 확대와 중소기업 간 기술협력 등 경제적 이익을 들 수 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대한 독일의 지지를 얻는 것도 가볍지 않은 목적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압박은 같은 전범국인 독일 외교에서 얻을 수 있는 부수적 효과일 수 있다.

그런 만큼 우리가 독일의 '입'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는 독일의 '입' 보다 노 대통령에게 더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 공식 수행원들에게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이 '독일 선언'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일본에 대한 경천동지할 선언을 기대한 것이다.

한국의 '눈'이 경제적 '실리'보다 국제적 '명분'에 집착하는 태도를 보이자 급기야 노 대통령이 선을 그었다.

독일에 와서 왜 일본 얘기를 하느냐. 독일에서는 독일 얘기만 하겠다고 참모들에게 말한 것이다.

우리가 외국에서조차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그간 많은 지도자들이 외국에 나가 '한 건' 터뜨리곤 했던 관성 탓인지도 모른다.

한국의 지도자가 외국에서 폭탄선언을 하면 분명 '극적인 효과'가 있었다.

또 국내에서 제대로 말할 형편이 못돼 외국에서 중요 발언을 하곤 했던 어두운 시절도 기억난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는 왜 대통령만 바라볼까. 혹 우리는 약소국인 만큼 외국에서 대통령이 한마디해야 국제적으로 먹힐 것이란 일종의 '신사대주의'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닐까.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