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쌀협상 때 이면합의" 경북 죽인다

정부가 외국과 쌀협상을 하면서 몇몇 국가들과 이면협상으로 과수 등의 여러 가지를 양보한 것으로 농민단체들이 주장하며 반발하고 나서고 있다. 특히 경북지역은 사과와 배 등 과실류 주생산지역이어서 어느 지역보다 반발이 크다. 이에 농민단체들과 과수농민들은 정부가 중국과 캐나다, 아르헨티나, 이집트, 인도 등과의 이면합의 여부에 대해 국정조사촉구와 함께 반대집회 등 투쟁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농 경북도연맹(의장 천호준)은 14일 정부가 쌀 주요 수출국들과 협상 과정에서 중국산 사과와 배, 양벚(체리), 롱간, 여지(리찌) 등 과실류에 대한 검역 간소화 이면합의를 했다고 주장하며, 이는 2002년 중국과의 마늘협상에서 드러난 이면합의를 연상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연맹 측은 정부는 또 캐나다에는 완두콩과 유채류 관세인하를, 아르헨티나는 가금육에 대한 검역완화, 이집트와 인도는 식량 원조시 두 나라 쌀 우선구매 등의 혜택을 주는 이면합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이 같은 행위는 엄연한 쌀 협상임에도 쌀 이외의 품목들에 대한 대폭개방이므로 이는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을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전농 경북도연맹과 청송농민회, 과수농민 60여 명은 14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쌀협상 무효, 이면합의 강력규탄! 국정조사 촉구대회'를 연데 이어 오는 18일 오전 10시에는 경북도청 앞에서 '경북농민 투쟁선포식'을 갖고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전농 경북도연맹 이윤구 정책부장은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에서 제외됐던 사과와 배를 중국과 수입을 약속, 국내 과수농가들의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우리 농업 전체에 대한 포기나 다름없는 이번 쌀협상안과 밀실 이면합의에 대해 국회는 국정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사과농 조장래(41·의성군 점곡면 동변리)씨는 "9월엔 수입쌀이 국내에 시판될 예정인데, 중국산 사과와 배까지 수입되면 우리 농촌은 붕괴할 수밖에 없으며 경북 경우 사과와 배 등 주요 과수를 많이 생산하는 주요 산지여서 어느 지역보다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경북지역은 전국 과수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과수생산 1위지역으로 사과는 전국 1위의 생산과 재배면적을 갖고 있고 배는 4위를 기록할 정도여서 다른 지역보다도 과수농가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경북도 측은 전망하고 있다.

상주시 외서면 황금배 수출단지 김종철(54)씨는 "중국은 세계 배 생산량의 55%를 생산하는 주생산국으로 가격도 국내산보다 50~70% 정도 싸고 사과도 세계 생산량 1위를 차지하고 가격도 국내산의 30~35% 수준이다"며 "이 같은 값싼 중국산 배와 사과가 신속한 검역절차를 통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온다면 국내 과수농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 분노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14일 오후 2시 서울에서 전국 시·도 연합회장 연석회의를 열고 쌀협상 이면합의와 관련한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한농 최태림 경북도연합회장은 "이번 쌀협상 이면합의는 전국 350만 농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주고 있다"면서 "쌀 협상이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될 수 있도록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 95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 쌀시장에 대한 개방을 10년간 유예하는 대신 매년 외국쌀 수입량을 늘리는 쪽으로 우르과이라운드협상을 마무리지은 데 이어 지난해까지 쌀시장 개방 여부에 대한 추가협상에 또다시 10년간 시장개방을 유예하도록 합의를 봤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무 수입물량을 2004년 4%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7.96%로 늘리고 아울러 지금까지 수입쌀을 가공용으로 쓰도록 제한하고 식탁용 판매를 금지했던 조치를 완화, 오는 9월부터는 일반인들도 구입할 수 있도록 양보, 농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받아왔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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