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의 향토인들] (15)국세청 사람들

이주성(李周成) 청장 취임 이후 '조용하던' 국세청이 칼을 빼들었다.

투기자본 논란을 빚고 있던 외국계 대형 펀드와 대림산업 등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를 통해 '경제검찰'이라는 국세청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국세청은 국정원, 검찰, 경찰과 더불어 4대 권력핵심기관의 하나로 비치고 있지만 참여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경제환경 등 외적 요인을 감안, 내부개혁에 전념해 왔다.

그러다가 외부 인사(재경부) 출신인 이용섭 전 청장이 물러나고 조사는 물론 국세청 전반을 꿰뚫고 있는 이 청장이 취임한 이후 인사개혁을 통해 내부전열을 가다듬자마자 강한 국세청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의 '일사불란한 조직문화'를 재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인사개혁은 동기인 행시 16회의 전원 퇴진으로 표출됐고 1급 이하 국세청 국장급들의 전면교체로 이어졌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세무대학교 출신이 이번 인사에서 처음으로 세무서장으로 발탁되는 인사도 단행됐다.

그 와중에 대구국세청장을 지낸 홍현국(洪顯國) 전 감사관(16회)도 행시기수들과 함께 명예퇴진했다.

영주출신인 홍 전 감사관은 경주세무서장과 남대구세무서장 등 지역에서 세무서장을 거친 뒤 2003년 대구청장을 역임했다.

국세청장이 핵심권력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는 탓에 검찰총장 등 다른 인사들과의 지역안배원칙이 인선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특정지역 출신이 권력기관을 모두 장악하는 일은 없었다.

대구·경북 출신이 국세청장 자리에 오른 것은 6공 때인 88년 서영택(徐榮澤) 전 건설부장관 이후 10년 만인 98년, 임채주(林采柱)씨가 마지막이다.

임 전 청장은 영일이 고향이지만 부산고를 졸업, PK몫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처럼 세무조사라는 '전가의 보도'를 갖고 있는 국세청장은 권력의 풍향계로도 읽히고 있다.

국세청에는 윤종훈(尹鍾勳)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김경원(金敬原) 대구지방국세청장, 이병대(李炳坮) 법인납세국장, 홍철근 국제조세관리관, 안원구 총무과장(부이사관), 이현동 법무과장, 임한수 혁신기획관(서기관) 등 10여 명의 지역인사가 남아있다.

국세청 총무과에서 근무하던 김영기(金永基) 서기관은 이번에 제주세무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군표(全君杓) 국세청 차장도 경북대를 졸업, '반(半)대구·경북 인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김호업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과 허종구 중부지방국세청 2국장 등도 지역출신이다.

재경부 산하의 국세심판원장으로 있는 최명해(崔明海) 원장도 국세청 인맥이며 심판원에는 이번 인사에서 상임심판관으로 자리를 옮긴 노형철 심판관이 있다.

전 국세청 차장과 윤 서울청장이 이 청장 체제 이후 국세청의 새로운 주류세력으로 떠올랐다.

조사국장에서 수두룩한 행시 선배들을 제치고 서열 2위 자리인 차장에 발탁된 전 차장(행시 20회)은 이 청장과 손발을 맞춰가며 국세청 개혁을 이끌고 있다.

청와대 파견 이후 중부청 조사2국장, 서울청 조사1·3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등을 거친 조사통이라는 점은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그는 강원도 삼척이 고향이지만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YS정부 때부터 DJ정부 때까지 3년여간 청와대에서 파견근무한데다 참여정부 출범 때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파견되기도 한 점을 들어 정치적 감각도 익혔다는 평을 듣는다.

윤 서울지방청장의 별명은 '크레믈린'이다.

국제조사3과장, 국제조사과장, 중부청 조사3국장, 서울청 조사2국장 등 조사업무를 섭렵한 조사통으로 입이 무거워 붙은 별명이라고 한다.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 갔다가 이번에 1급으로 승진, 서울청장으로 돌아왔다.

행시 18회로 이 청장이 추진하고 있는 조직혁신작업도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향은 예천이며 계성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이강철(李康哲)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동기다.

이 법인납세국장은 2003년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으로 갔다가 이번에 돌아왔다.

이 국장은 의성이 고향인데 부산고를 나온 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임관했다가 국세공무원으로 입문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시원시원한 외모에 원칙을 지키면서도 덕을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국세청이 권력에 민감한 탓에 지난 10여 년 동안 영남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경우도 없지않았다.

그래선지 언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계성고를 나온 홍 국장(행시 19회)은 고교동문이라는 이유로 이강철 수석과 관계되는 것을 기피할 정도로 손사래를 친다.

국세청 주변에서는 원칙주의자로 통하지만 대구청장을 희망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대구지방청장으로 내려온 김 청장은 영천이 고향으로 사대부고와 영남대를 졸업했다.

과거 재무부와 국세청 간의 교류가 활발했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조직문화 때문에 교류가 뜸하다.

김 청장도 재무부를 오갔지만 국세청에서 잔뼈가 굵었다.

중부청 납세지원국장, 서울청 세원관리국장, 조사2국장 등을 지냈다.

행시기수는 18회. 국세청 공보담당관을 지내 언론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다.

정 전산정보관리관(행시 17회)은 대구지방청장에서 본청으로 돌아왔다.

최근 대구지방청장 자리는 홍현국-정태언-김경원 등 지역출신인사들이 이어받고 있는 셈이다.

고향은 상주, 대구상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대구세무서 총무과장을 시작으로 국세청 공보담당관, 전산기획담당관, 중부청 납세지원국장, 서울청 세원관리국장 등을 역임했다.

본청 외에도 이번 인사에서 지방청의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지방청 조사1국장과 중부청 조사2국장으로 각각 발탁된 김호업 국장과 허종구 국장도 지역출신이다.

김 국장은 중부청에서 서울청으로 자리를 옮겼고 허 국장은 해외파견에서 돌아오면서 보직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행시 21회다.

과장급 중에서는 안원구 국세청 총무과장이 주목된다.

청와대 파견근무를 끝내고 이번에 본청 총무과장으로 돌아온 안 과장(행시 26회)은 이 청장의 국세청 인사개혁을 맡고 있다.

그는 역대 청와대근무 최장기록을 세웠다.

전군표 차장 후임으로 99년 6월 청와대에 파견, 올 3월까지 5년4개월을 민정수석실과 정책실 등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권력핵심부와 국세청 간의 가교역할을 해왔다.

영신고와 경북대를 졸업했다.

서대구세무서 총무과장을 시작으로 세무공무원으로 입문, 대구청 총무과장 등 대구청에서 잔뼈가 굵었다.

국세청 이현동 법무과장(행시 24회)은 청도가 고향으로 경북고와 영남대를 졸업했다.

의성세무서장 등 일선세무서장과 서울청 조사2국 1과장을 지냈다.

소탈한 성격으로 친화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세청 개혁의 실무를 맡고 있는 임한수 혁신기획관은 의성사람이다.

대구고와 서울대를 나왔다.

이 청장의 인사는 국장급뿐 아니라 중하위직에서도 태풍급이라는 지적이다.

노쇠해진 조직혁신을 위해 이 청장은 이번 인사에서 세무대학 출신을 처음으로 일선 세무서장에 발탁했다.

지난 80년 4월 개교했다가 2001년 폐교한 세무대학은 세무전문공무원을 양성한 대표적인 기관이었다.

이번에 제주세무서장으로 임명된 김영기 서기관은 세무대학 1기출신으로 '세무대출신 첫 세무서장'이라는 영광을 차지하게 됐다.

그는 상주가 고향이며 화령중과 검정고시출신이다.

이 밖에 재경부 국세심판원도 사실상 국세청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세청과 인사교류가 활발하다.

최명해 국세심판원장(행시 17회)은 국세청의 대표적인 대구·경북 인맥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3년 당시 재경부에 있던 최경수(崔慶洙) 조달청장이 국세청1급(중부청장)으로 오면서 인사교류차원에서 재경부로 왔지만 국세청으로 돌아가기는 쉽지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후배들의 신망을 바탕으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노 심판관(행시 22회)은 중부지방청 납세지원국장을 지내다 재경부 복귀를 성사시켰다.

경주가 고향으로 계성고와 영남대를 졸업했다.

재무부 및 재경부 세제실에서 법인세 과장과 조세정책과장 등을 지내다가 미국연수 후 중부국세청으로 갔다가 이번에 다시 재경부로 돌아오는 등 양 기관 사이를 자주 오갔다.

국세청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재경부 산하기관인 조세연구원의 전승훈(全承勳) 선임연구위원도 국세청 세정혁신추진위원을 맡는 등 국세청과 인연이 깊다.

전 위원은 영주출신으로 경북고 서울대를 졸업했고 행시 13회로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 99년 조세연구원 부원장을 지냈다.

조세연구원에 있는 한상국(韓相國) 연구위원도 지역출신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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