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라 뒤로 자빠지는 줄 알았어요."
지난 14일 오후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뒤편 청룡산을 오르던 정모(34·수성구 지산동)씨는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모자를 쓴 채 눈만 빠끔히 보이는 복장을 한 여성 등산객 3명이 함께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차림 때문이다.
이들 여성 등산객들이 착용한 복면은 다름 아닌 최근 대구지역 여성들이 전국적으로 유행시키고 있는 자외선 차단 마스크. 두 겹으로 되어 있는 이 마스크는 피부보호뿐 아니라 보온 효과, 무화장 얼굴, 늑대남(?) 시선차단 등 다용도 효과가 있어 30,40대 주부 등산객들에게 큰 인기다. 최근엔 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한라산, 설악산 등지에 가면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아줌마! 대구에서 왔죠!'라고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이 마스크는 등산용품점에서 7천~8천 원에 구입할 수 있으며 흰색, 분홍색, 하늘색 등 색상도 다양하다. 하지연(48·대구 달서구 대곡동)씨는 "가끔 남자들이 힐끗힐끗 보는 게 싫어 착용했는데 맨 얼굴로 등산하니까 피부가 숨을 쉰다"며 찬양론를 폈다.
반면 이 마스크와 검은색 선글라스, 선캡 등으로 무장(?)한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는 등산객들도 적잖다. 공기 좋고 자연과 함께하는 개방 공간에서 폐쇄적인 모습을 해 등산객들끼리 눈인사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자못 못마땅하기 때문.
대구등산학교 장병호(44) 교감은 "최근 주부 등산객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생긴 일종의 유행"이라며 "개인적인 문제지만 심하게 얼굴을 가리고 아무 말없이 지나칠 경우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으니 마스크를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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