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마네발 독도 왜란 한달

日, 예상못한 동북아 '왕따' 불렀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의 날' 조례를 제정하면서 촉발된 '독도 왜란(倭亂)'이 16일로 한 달을 맞았다.

시마네현의 조례제정에 이어 일본 각료들의 잇단 망언, 교과서 역사 왜곡 사건 등을 거치면서 한·일, 중·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시마네현발 독도 왜란 한 달을 정리한다.

◇시마네발(發) 왜란 이후 한달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우리 나라의 사이가 좋았던 적은 별로 없지만, 3월 16일 이후 한·일 간 관계 악화는 현대사에 전례가 없을 정도다.

시마네현에서 시작된 독도 망동에 교과서 왜곡 시비마저 더해지면서 동북아 주요 3국의 외교 구도마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일본에서도 군소 광역 지자체에 속하는 시마네현의 의회가 의정(議政) 활동이라는 명분으로 '도발'을 감행했을 때만 해도 이 사안이 이처럼 장기화되고 크게 확대되리라고 예상한 이는 별로 없었다

지난 3월 16일 이후 전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규탄 움직임이 들불처럼 일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한달 간 전국에서 총 500여 차례의 대일본 규탄 대회가 열렸으며 총 20만 명이 참가했다.

일본을 규탄하는 각계 각층의 성명이 줄을 이었으며, 누리꾼(네티즌)들의 반일감정도 극에 달했다.

시마네현의 조례 제정 직후인 16일 경상북도는 시마네현과의 자매 결연 철회 및 단교를 선언했고, 독도 관련 전담 조직인 '독도 지킴이팀'을 만들었다.

울릉군에는 독도관리 사업소가 생겨났으며 정부에도 '동북아 평화 바른 역사기획단'이라는 전담기구가 발족했다.

경북도는 독도 관련 국가지원 사업을 확정해 총 14건 7천500억여 원의 예산 지원을 건의했다.

'실효적 지배'를 앞세워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던 정부가 시마네발 독도왜란 이후 적극적인 공세로 돌아섰다.

노무현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대국민 담화 '대일 신독트린' 등 이전과 달리 우리 정부는 일본을 상대로 '할 말'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도 왜란 이후 득과 실

독도 영유권을 놓고 지난 한 달 동안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현재로서 속단하기 힘들다.

감정적 대응이 지나쳐 실익이 적었다는 부정적 평가와, 잘못 인식된 역사를 바로 세우고 독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긍정적 시각이 혼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경북도가 강경 대응에 나서고 전국에서 반일시위가 줄을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독도 영유권에 관한 한 지난 한 달 동안 일본은 달라진 것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망동을 규탄하고 영유권 수호를 거듭 천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조금도 굽힐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왜곡 교과서 수정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독도 영유권 문제가 일본 군국주의 부활과 군사 대국화를 꿈꾸는 일본 극우보수 정치인 및 단체들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재료로 활용됐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우익들이 영토 및 교과서 문제로 형성된 대외적 긴장 상황을 대내적으로 일본 평화헌법 개정 카드로 악용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도를 영유권 분쟁지역으로 세계에 알리려는 일본의 전술에 말려들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또한 독도 영유권에 대해 무지했던 대다수 일본인들이 이 문제에 관한 인식을 갖기 시작했으며 모처럼 조성해 놓은 한류(韓流) 열풍에 악재가 됐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반면 굴욕적 저자세 외교로 매번 상처를 받아온 국민의 자존심은 모처럼 세워졌다.

해방 이후 계속돼 온 일본의 억지에 쐐기를 박을 정도의 단호함이 우리 정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도 성과로 꼽힌다.

일본이 반성 없는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상기시킨 것도 수확이다.

일본은 극우세력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동북아에서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졌다.

한국과 중국이 공동전선을 형성하면서,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저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수익이다.

독도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도 환기됐다.

독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광 허용 이후 13일 현재 총 897명이 독도 땅을 밟았고 2천600여 명이 선회(船回) 관광을 통해 '국토의 소중한 막내' 독도를 눈에 담았다.

◇향후 전망

적어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우리 국민은 종전의 '냄비 기질'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만간 파문이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한 시마네현 등 일본 측도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마네현의 경우 '영토 문제와 교류는 별개'라는 궤변을 늘어 놓으며 경북도에 자매 결연 회복을 끊임없이 희망하고 있지만 '떡 줄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 되고 있다.

경북도가 오는 5월 19일로 예정된 동북아자치단체연합(NEAR) 사무국 개소식에 시마네현 지사를 초청한 것과 관련, 시마네현 측은 '교류 회복의 신호'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언론 플레이'를 해 경북도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물론 경북도는 NEAR 사무국 개소식과 교류 회복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마네현 측은 NEAR 사무국 개소식에 참여하겠으며 조만간 사절단을 파견하겠다는 의향을 전해 오는 등 교류 회복을 원하고 있지만, 시마네현 측이 사죄를 하고 조례를 파기하지 않는 이상 교류 회복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경북도의 방침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시마네현이 교류 복원에 매달리는 것은 교류가 유지돼야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국에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저의 때문"이라며 "시마네현과의 교류 회복은 앞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장기전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독도 영유권과 교과서 왜곡과 관련해 한·일, 중·일 간 갈등은 단기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라며 "장기전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와 정치권, 국민 모두 냉철하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15일 열린 경북도내 부시장·부군수 회의 석상에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독도를 지키고 가꾸는 데 시·군과 함께 대처해 갈 수 있도록 범도민적 관심과 참여를 유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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