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초에 건널 거리를 40분만에

반월당 지하로 장애인·유모차 보행권 어디에?

"시민이 두더지입니까? 왜 지하로만 다니라고 하는 겁니까?"

"무단횡단 20초 거리를 메트로센터 지하로로 40분 만에 건넜습니다."

15일 오후 4시쯤 대구 중구 동아쇼핑 앞에 목발을 짚은 장애인, 자전거를 탄 시민, 유모차를 끄는 주부, 전동휠체어에 의지한 지체장애인 등 20여 명이 모여들었다. 녹색소비자연대 등 9개 단체가 참여하는 '보행권 대구시민연대(가칭)'가 지하철 2호선 지하공간 완공에 맞춰 폐쇄된 대구 중구 반월당 네거리의 횡단보도를 다시 만들어달라는 퍼포먼스를 펼치기 위한 것.

취재진은 전동 휠체어를 탄 박명애(52·여)씨가 메트로센터 지하로를 이용해 적십자병원까지 건너는 시간을 재 보았다. 휠체어리프트가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기까지 6분, 기계를 펴고 내려가는 데 9분이 걸렸으며 'ㄱ'자로 꺾어지는 부분에서 갈아타는 시간까지 20분이 소요됐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는데 걸린 시간도 약 20분 정도 걸렸다. 메트로센터 직원에 따르면 휠체어리프트는 분당 9m 이상 속도로는 이동할 수 없다.

박씨는 "우선 리프트가 흔들려 떨어질까 두려웠다"며 "휠체어 안전대를 직접 손으로 내리지 못해 관리직원을 불러야 하고, 이동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섬세한 움직임이 힘든 장애인은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목발을 짚고 지하로를 이동한 김용완(30)씨는 뚝뚝 떨어지는 땀을 훔치며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유롭게 이동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왜 대구시는 비정상으로만 향하고 있냐"며 "계단 하나를 오르는 데 얼마나 많은 땀과 에너지가 소요되는지 알기나 하냐"고 하소연했다. 목발을 짚고 있는 장애인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없다. 땅이 흔들리는 것과 같아 앞으로든 뒤로든 꼬꾸라질 수밖에 없는 것.

이들은 예전에 횡단보도가 그어져 있던 곳을 무단횡단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전동휠체어로 걸린 시간은 단 22초였다.

보행권 대구시민연대 관계자는 "보행권 침해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예정이며 육교에서 200m 내에는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없다는 도로교통법 조항은 독소조항으로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단체가 초대한 대구시장, 교통국장,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나오지 않았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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