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쓰기와 읽기-마음을 움직이는 글

어느 대학교의 논술고사 답안지를 채점했더니 동일한 답안이 수두룩하게 쏟아져 채점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논술은 개개인의 생각을 펼쳐나가는 작업으로 그 생각은 모두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정상적인데 모두 높은 점수를 받는데 급급해 소위 '모범답안'을 달달 외워 그대로 베껴놓았던 것이다.

이런 판에 박힌 글들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글이란 하나의 창작품이므로 대학입시에서 치르는 논술 역시 '독창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독창적이라고 해서 억지 주장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글을 읽는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주장을 펼치되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법이나 논거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글의 '독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습관에서부터 남들과 다른 눈으로 보는 것이 습관화돼 있어야 한다. 나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입장에서 뒤집어 볼 수 있는 '역지사지'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 글을 쓴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학생은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의 입장에서만 주장을 펼치겠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의 입장에서나 다른 나라에 가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노동자의 입장에서 글을 전개해 자신의 논리를 옹호할 수도 있다.

사회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사전에 수집해 놓는 것은 필수다. '창의성'도 기본 바탕이 없이는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배경지식이 풍부할수록 여러 각도에서 주어진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해 타인과 다른 신선한 예시와 논거를 찾아냈을 때 그 글은 나만이 쓸 수 있는 독창적인 글이 되는 것이다.

또 정보를 종합할 때는 비판적인 사고가 필수적이다. 남들이 보는 시각 그대로 여러 가지를 합쳐 놓기만 한다고 해서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시각을 갖고 상황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독창적인 주장과 뒷받침 논거가 탄생할 수 있다.

평소 누구나 인정하는 상식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비판적인 시각을 갖추고, 선입견 없이 문제를 대할 수 있을 때 어느새 나만의 멋진 논술 답안은 머릿속에 마련돼 있을 것이다.

한윤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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