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소년 단체 현주소는?

각급 학교에서 스카우트, 아람단, 한별단 등 각종 청소년 단체의 발대식이 한참 진행 중이다. 하지만 좋은 활동 취지에도 불구하고 모집과 구성, 활동 내용 등에 문제점이 많아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청소년 단체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모색해본다.

▲관행적인 구성

현재 초'중'고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청소년 조직은 컵'걸 스카우트를 비롯한 해양소년단, 우주소년단, 아람단, 적십자단 등 다양하다. 이들 단체의 목적은 청소년에게 체험 활동의 기회를 제공해 모험심과 탐구심을 고취시키고, 단체 생활을 통해 우애를 다지며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것.

하지만 실제 단체의 조직과 운영은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전문적인 소양이 부족한 일반 교사에게 운영 책임을 맡겨 놓고 있는데다 아이들도 봉사 등의 근본 취지는 이해하지 못한 채 '단복이 예쁘다', '다른 친구들이 하니까' 등의 이유로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장경주(38'여'북구 팔달동)씨도 아람단에 가입하려는 딸 아이와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장씨는 "아람단 활동의 목적도 제대로 모르면서 다른 친구들이 많이 가입한다며 떼를 써 결국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교장까지 나서 청소년단체의 가입을 부추기고 있다. 박모(42'여'북구 읍내동)씨는 "입단비와 단복 구입비 등 각종 비용이 십수만 원에 달해 부담스러웠지만 아이가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이 '가입하면 좋다고 했다'고 졸라대는 통에 혼쭐이 났다"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름뿐인 조직

단체 이름만 다를 뿐 활동 내용에 큰 차별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를 제외하면 청소년 단체의 연간 운영 계획이 선서식과 여름 캠프, 겨울 스키여행 등으로 꾸며져 단체 본연의 취지와는 별반 상관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

이모(42'수성구 만촌동)씨는 "아이에게 봉사의 참뜻을 알게 하기 위해 스카우트 활동을 시켰지만 학교에서 하는 봉사활동은 고작 어머니회 등의 학교 행사에 단복을 입고 안내하는 정도에 불과했을 뿐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하는 건 보지 못했다"고 했다. 단체들마다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학부모나 학생들은 크게 실감하지 못한다. 캠프 장소 정도가 다를 뿐 내용은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학교 본연의 업무가 아닌데도 교사가 모든 청소년 단체의 업무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는 지금의 운영 방식을 개선하지 않고는 청소년 단체의 특색있는 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최모(34) 교사는 "처음에는 의욕이 앞서지만 일에 치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대강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외부로 아이들을 인솔해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교사들이 기본 프로그램만 겨우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운영상의 문제점

교원단체에서는 청소년 단체의 업무를 해당 연맹에서 맡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현행 승진가산점제도와 학부모 후원회 등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만 청소년 단체 운영 취지에 맞는 프로그램 구성과 전문적인 지도가 가능하며, 승진과 관계없이 뜻있는 교사가 자발적으로 나서 아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것.

박근자 전교조 대구지부 초등지회장은 "공공기관도 아닌 청소년 단체의 업무를 맡는데 승진가산점을 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처사"라며 "더구나 청소년 단체 인솔 등에 따르는 각종 수당 등을 학교 예산에서 지급해 가뜩이나 부족한 교육 예산을 축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부모 후원회를 조직해 은근히 학교발전기금 모금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 청소년 단체 후원회라는 명목으로 학부모 조직을 결성해 놓고 각종 행사 때마다 기부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은 것.

이에 대해 전교조 관계자는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는 해도 청소년 단체는 학교와 분리돼 있는 별개의 단체"라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 체제를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한 청소년 단체의 야외활동 모습.(기사 중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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