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실적발표기(어닝시즌) 첫 주일이 삼성전자의 기대 이하 실적탓에 실망으로 귀결되면서 주식시장에 '포스트(Post)- 삼성전자 쇼크 증후군'이 크게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주말 미국 경기지표 및 기업실적 악화까지 가세하며 한층 위력이커진 악재가 18일 주초 증시를 강타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925선까지 급락하고 일본, 대만 증시도 큰 폭의 약세를 면치 못함에 따라 당분간 시장 전반의 조정국면이 불가피하다는 비관적 시각이 4월 중순 이후 시장의 흐름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 '실망스런 실적+펀더멘털 부담'..亞증시 동반 타격 = 지난 주초 9개 분기만에 적자전환한 LG필립스의 적자규모가 예상을 넘어선데 이어 종합주가지수 1,000선재돌파와 중기조정 돌입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였던 삼성전자마저 '어닝 서프라이즈'대신 기대 이하의 실적을 시장에 안겨주면서 투자심리는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시장을 압박하는 '악재'는 삼성전자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FRB)이 내놓은 제조업 활동지수가 3.1로 급락, 2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미시간대학이 산정하는 소비자태도지수도 4월 전반기에 88.7로 전달의 92.6에 비해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 등선진국 경기와 시장의 반전에 기대를 걸었던 세계시장을 크게 실망시킨 것이다.
더구나 미국 최대의 IT업체 IBM의 1.4분기 주당순익(EPS) 역시 84센트에 그쳐시장의 기대치 90센트를 크게 밑돌자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10,000선 지탱이 쉽지않은 '코너상태'에 몰리기에 이르렀다. 지난주 종합주가지수 980선 붕괴에 이어 '삼성전자 쇼크'로 950선 밑으로 밀렸던 한국시장도 18일 한 때 917선까지 급락 뒤 간신히 낙폭을 줄여 925선에 마감됐다.
미국 경기지표의 악화에 한국뿐 아니라 이날 일본증시의 니케이 평균주가도 3.8 % 급락, 1만938.44로 밀리며 1만1천선이 무너졌고 대만 가권지수도 반도체, LCD주등이 약세에 가담, 한국시장보다 큰 2.94%의 낙폭을 보이며 올들어 최저치인 5,715.
16으로 밀려났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애널리스트는 "기업실적 악화에 이어 제조업지수 폭락으로경기위축 우려가 가중되고 3월 수입물가가 예상치를 웃돌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차언급된 상황"이라며 "미국시장이 지지선 확보조차 묘연해진데 이어 한국시장은 삼성전자 쇼크로 힘든 싸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 상황에서는 급락에 따른 가격메리트만으로 저가매수에 동참하기는 위험하며펀더멘털 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나올 때까지 매매 타이밍을 보류하는 보수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 수급 개선, 기대 가능한가 = 시장 일각에서는 여전히 점진적 경기 반등을 점치며 수급개선이 펀더멘털의 공백을 메우는 힘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주의 속락이 외국인 매도공세보다는 프로그램 매물의 압박 영향이 더 컸었던 만큼,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와 옵션 만기일 경과로 이같은 부담이 상당폭 약화됐고 외국인 매수세의 토대인 한국관련 펀드들도 3주만에 3억8천만달러 순유입으로 돌아서 장기 '팔자'공세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끊임없이 유입되던 국내 유동성에 힘입어 3월의 외국인 매도공세에도 견고하게 버티던 시장이 이날 500억원 안팎의 외국인 매도세에 무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이같은 기대감의 근거가 그리 튼튼하지 못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국관련 펀드의 자금유입이 시장 지탱요인인가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만만찮다. 동양증권 장창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주 금융시장 지표를 점검해보면 국제유가나 달러화는 예상에 부합했지만 기업 실적과 해외경제지표는 시장예상을 크게 하회했다"며 "결과적으로 2주 연속 완화됐던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는 오히려 강화됐으며 투자심리 위축으로 외국인은 관망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 900선 지탱가능한가 = 삼성증권은 이날 시황전망에서 "제반 기술적 지표의약화로 지수의 일보 후퇴 가능성을 열어놓고 접근해야 한다"며 1차로 940대의 지지선이 무너지면 2차로 120일선이 위치한 920선에서 방어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날 시장은 이같은 전망을 반영하듯, '경기선'으로 불리는 120일 이동평균선(9 17선 근방)까지 후퇴했다 가까스로 낙폭을 줄여 마지막 불씨를 살려내기는 했다. 그러나 안팎 악재에 포위된 시장을 되돌릴 뚜렷한 재료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조만간 종합주가지수 900선의 '공든 탑'마저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게 됐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뉴욕증시에 하락분위기가 확산되며 다우지수는 9,800, 나스닥지수는 1,750 수준까지 조정이 예상되며 종합주가지수도 추가 조정흐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락조정의 하한선으로 890∼900을 예상했다.
다만 우리증권 이 위원은 "2.4분기 조정흐름은 예상됐던 것으로 미국시장의 조정이 우호적 변화는 아니지만 단기적 조정 흐름이 중기적으로는 오히려 좋은 기회를줄 것"으로 내다봤고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연구위원도 "미국경제의 본격적 회복시점이 지연된데 따른 부담은 있으나 극단적 비관론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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