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거리며 싸울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쌩뚱맞게' 화해마케팅이라뇨?"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분쟁으로 7개월 동안 비씨카드 결제를 거부해온 신세계 이마트가 비씨카드를 지난 1일부터 다시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소매점과 신용카드사 간 수수료 분쟁은 거의 일단락됐다.
비씨 등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모든 할인점에서 카드 결제가 가능해졌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수수료 분쟁으로 소비자들만 카드를 사용하지 못해 고스란히 불편을 겪은 데다 앞으로 카드 분쟁이 재발할 여지도 남겨두고 있어 소비자들은 볼멘소리를 터뜨리고 있다.
◆"소비자들만 피해봤다"=대형소매점 대 신용카드사의 수수료 전쟁은 작년 9월 국내 신용카드 발급수가 가장 많은 비씨카드가 대형소매점 1위업체인 이마트에 "수수료를 대폭 인상(1.5→2.0~2.35%)하겠다"고 하면서 촉발됐다.
이마트는 "카드사의 부실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려 한다"며 즉시 전 매장에서 비씨카드를 받지 않았고, 이후 카드사와 대형소매점 간 전면전으로 확대됐었다.
이번 합의과정에서 이마트와 비씨카드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점포별로 1.6∼1.85% 범위 내에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또 이마트는 KB카드 등 수수료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다른 카드사들과도 수수료율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신용카드사와 수수료 분쟁을 벌여왔던 또 다른 대형소매점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3월 초 카드사들과 수수료 1.8%대 인상에 합의했다.
다른 할인점들도 수수료 인상안을 놓고 카드사와 물밑 협상을 벌여 갈등을 속속 타결지어왔다.
수수료를 두고 벌어진 카드전쟁이 막을 내리긴 했으나 결국 피해는 크건 작건 소비자가 떠안게 됐다.
대형소매점의 수수료는 당초 카드사들이 요구했던 2.0~2.35%보다는 낮은 수준(1.6~2.0%)에서 타결됐지만 결국 인상분은 장기적으로 제품 가격에 직·간접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얘기. 여기에다 소비자들은 한동안 대형소매점에서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번 타결이 '미봉책'에 불과해 언제든 카드전쟁이 재발할 우려도 있다.
카드사들이 "당초 계획했던 안보다 너무 많이 후퇴했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등 대형소매점 측도 카드사가 또 횡포를 부릴 경우 직불카드만 받든지 아예 현금만 받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드 수수료를 책정하는 투명한 틀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만 다음에 또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힘 겨루기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난데없는 화해마케팅'=카드 수수료 전쟁이 종결되자마자 대형소매점과 카드사들은 소비자들 주머니 공략에 다시 손을 잡았다
이번 사태로 불편을 겪었던 소비자들에게 보답하는 취지에서 '화해마케팅'을 준비했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수수료 분쟁으로 큰 불편을 겪은 반면 이번 화해마케팅으로 인한 실익은 별로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형소매점별로 화해마케팅을 보면 이마트의 경우 '비씨카드로 얼마치 이상 물품을 사면 몇 개월 무이자 할부혜택을 준다, 비씨카드나 직불카드로 생필품을 사면 할인혜택을 준다'는 식이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역시 제휴 LG카드를 발급받으면 구매액의 얼마를 포인트 적립해준다, 무이자할부해준다, 놀이공원 할인혜택을 준다, 추첨을 통해 경품이나 상품권을 준다는 것들이다.
모두 과거에 되풀이했던 행사들이다.
이에 대해 대구 동구 방촌동 이모(37)씨는 "카드사와 싸울 때에는 고객은 안전에도 없는 눈치이더니 이제와서 화해한다며 소비자 지갑만 넘보고 있다"고 따갑게 지적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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