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철 참사 생존자 '뇌손상'

류인균 서울대교수 조사…'정신적 충격'이 원인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2003년 2월) 생존자들이 사고 당시의 정신적 충격으로 심하게 뇌 손상을 입은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류인균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20일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참사 생존자 20여 명의 뇌를 컴퓨터 단층촬영한 결과, 감정과 공포를 조절하는 신경 부분이 일반인에 비해 심하게 손상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단층촬영 화면에서 감정과 공포를 조절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관장하는 대뇌의 전두엽과 측두엽 부분이 심하게 훼손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작은 충격과 공포에도 심하게 놀라거나 외부 자극에 제때 반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 이들의 뇌세포 수나 크기가 줄어 밀도가 낮았으며, 뇌에 공급되는 피와 산소량도 부위별로 일정하지 않아 감정조절과 언어능력, 촉각·시각·청각 등 감각 기능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강간, 재난 등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사건이나 재난을 겪었을 때 나타나는 정신적 후유증이다.류 교수는 "사고 당시 생존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인 어둠과, 화재, 독가스 등에 동시에 노출됐다"며 "하지만 이들의 뇌가 영구적으로 망가진 것은 아니므로 상담과 약물치료를 통해 상태가 호전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정범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대한불안장애학회의 재난정신의학위원회가 참사 2개월 뒤 생존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이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등 86.8%가 정신적 문제를 호소했었다"며 "이들에 대한 상담과 치료, 향후 건강에 미칠 영향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한편 대구시는 참사 생존자 70여 명을 대상으로 사고 2년 후 정신 건강 상태를 조사 중이며, 오는 6, 7월쯤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사진: 일반인의 뇌(A)와 대구 지하철 참사 생존자의 뇌를 단층 촬영한 것. 생존자의 영상에서는 공포와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회로(노란색)가 일반인에 비해 3분의 1수준으로 수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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