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달 돈 상납…안 주면 화장실서 뭇매"

학교폭력 피해 어머니 울분

"학교폭력으로 가정이 파탄 직전입니다.

"

20일 오후 달서구 국민연금관리공단 2층 강당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두 자녀를 둔 주부 김모(42·북구 연경동)씨가 학교폭력 피해사례 발표자로 나와 울분을 토하자 장내는 숙연해졌다.

김씨가 지난해 4월부터 당한 아들 호석(가명·15·중 3년)군의 학교폭력 사례를 하나하나 열거하자 모두들 안타까워했다.

호석군은 가해학생들에게 매월 4만 원씩 정기적으로 상납했을 뿐 아니라 화이트데이 등 특별한 날에는 10만 원씩 갖다 주었다.

돈이 없을 때는 화장실로 끌려가 얻어맞았다.

그 폭력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1년여 동안 수없이 폭행당하고 모두 100여만 원을 빼앗겼다.

피해자는 가족 모두였다.

호석군은 명절때 생긴 돈을 저축해 둔 통장에서 돈을 조금씩 빼냈으며 때때로 부모님 호주머니를 뒤지기도 했다.

또 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참지 못해 집에 오면 여동생(9·초교 3년)을 때리고 괴롭히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 달부터는 정서불안, 대인기피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자녀 걱정으로 지난 2월 말부터 자신의 일터인 미용실마저 그만뒀다.

그는 "지난 달 초 호석이가 오전 10시쯤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왔는데 입술이 터지고 피멍이 들었으며 바지는 대변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며 "그래도 아들은 가해학생들의 보복이 두려워 '학교에 찾아오지 말라'며 '그냥 현관문에 부딪쳐서 다쳤다'고 말했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호석이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학교로 찾아가 '폭력학생을 처벌해 달라'고 해보기도 하고 경찰서,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등에 찾아가 상담도 해보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었다.

학교 측은 '부모가 과민반응을 한다.

그렇게 걱정되면 호석이를 다른 학교로 보내라'고 했으며 경찰 역시 같은 또래 학생들을 고소해 형사처벌하기보다 알아서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아보라고 답변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가한 각계 학교폭력 전문가들은 김씨의 얘기를 듣고 말을 잃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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