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다"

"비올 때 우산을 뺏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은행들이 거래기업이 어렵더라도 지원을 통해 함께 윈-윈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업금융 전략을 바꾸고 있다. 종전 거래기업의 사정이 나빠질 경우 바로 자금을 회수하던 방식에서 탈피한 것으로 기업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은행전쟁'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치열한 고객뺏기 경쟁에서 은행들이 거래기업을 유지하고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도 깃들어 있다.

최근 대구지역을 방문한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지역 기업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올해부터 기업대출을 더 늘리고 어려운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에게 이자 유예, 추가 자금 지원 등 대책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금사정이 안좋은 거래기업들에 대해 본점에서 일괄적으로 자금 회수 지시를 내렸으나 올해부터는 지점에 재량권을 부여, 기업 실태를 살핀 뒤 추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덕분에 지난해 11월말 기준 지역 기업 대출잔액이 1조6천855억 원이었으나 올 들어 이달 중순까지 494억 원이 더 증가했다.

이화언 대구은행장도 최근 취임한 직후 어려운 기업에 대해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은행인 점을 고려, 다른 시중은행들의 거래기준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지역기업들에 대해서도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재무제표 등 재무적 기준 외에 기업 대표의 대외 활동력, 신뢰도 등 비재무적 조건까지 고려해 추가 지원 여부를 종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백용선 대구은행 기업심사분석팀장은 "거래기업이 어려워질 경우 협의해서 지원조건을 정하는데 월 평균 5, 6개 기업에 대해 6개월 이상 장기지원방안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올 초 대구를 방문한 강권석 기업은행장도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기업과 거래를 하기 전 지행장(지점장)들이 기업 실태를 제대로 파악, 거래를 하되 올초부터 도입한 '기업 체인지 업' 제도를 통해 거래기업이 어려워지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있으면 이자 유예,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행 대구지역본부 고덕용 팀장은 "기업 체인지업 제도를 통해 이미 1개 기업에 대해 지원 약정을 맺었으며 현재 7개 기업에 대해 약정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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