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멀쩡한 나무 왜 베나요?

"왜 멀쩡한 나무를 자르는 겁니까. 옮겨심으면 안 됩니까?"

김모(29·중구 남산동)씨는 지난 19일 중구 MMC만경관 앞에서 가로수 정비작업을 하던 포클레인을 보고 의아했다.

중구청이 은행나무를 잘라 버리고 느티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는데 쓸 만해 보이는 나무를 다 베어버렸기 때문.

김씨는 "어차피 새 나무를 심을 예정이라면 처음부터 뿌리를 뽑아 이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어떻게 예산을 이런 식으로 낭비하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중구청이 지난 1일부터 한 달간 예산 7천만 원으로 국채보상로(공평네거리~서성네거리) 가로수 개체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나무베기를 지켜본 시민들은 '너무 아깝다'며 비난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국채보상로 구간에 불규칙하게 혼식된 은단풍, 양버즘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등을 대왕참나무와 느티나무로 교체하기 위한 것. 중구청은 국채보상로 가로수 300그루 중 노화되거나 생육이 불량한 가로수 53그루만 잘라냈다고 밝혔다.

중구청 도시관리과는 잘라버린 나무는 40년 이상 된 것으로 밀면 쓰러질 정도로 오래된 나무만 베어내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오해(?)를 걱정했다.

구청 관계자는 "가로수가 뒤섞여 있어 보기에 좋지 않고, 관리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생육상태가 양호한 나무들은 중구 내 조경지 등에 이식해 녹지조성에 재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구청은 앞으로 가로수 교체작업이 교통 장애, 보행자 통행불편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휴일이나 야간에 공사를 벌일 방침이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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