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업 도와요" 주민과 함께하는 방과후 학교

장미(33·여·시지대백맨션 관리소장)씨는 토요일 오후 업무가 끝나면 곧장 대구자연과학고로 달려간다. 2년을 별러 온 조경기능사 실기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다.

필기시험에는 진작 합격했지만 실기를 배울 기관도 학원도 없어 불가능하게 여겼던 기능사 자격증이 눈앞에 다가왔다. 장씨는 "토·일요일 5시간씩 실기를 하는데 워낙 기다렸던 과정인데다 담당 교사도 열정적이어서 공부가 즐겁다"며 "가까운 학교에서 저렴한 비용에 실무를 배울 수 있게 된 건 행운"이라고 말한다.

대구자연과학고가 학생, 학부모, 인근 주민 등을 대상으로 이달 들어 개설한 방과 후 학교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개설 과정은 꽃집 창업반, 제과·제빵반, 중장비 활용반, 조경기능사 실기반 등. 하나같이 농업계 고교의 특성에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한 과정들이라 모집 홍보를 하자마자 신청이 마감돼 학교 관계자들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감 후에도 신청이 밀려들어 결국 제과·제빵반은 한 반을 늘리고, 조경기능사 실기반은 다음 과정 예약까지 넘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방과 후 학교는 특기·적성 교육 내실화로 사교육비를 줄이고 교육 활동을 지역사회에까지 확산하기 위해 올해 시범 도입됐다. 대구의 월촌초, 시지중, 자연과학고를 비롯해 시·도별 정책연구학교 운영에 들어갔으나 자연과학고처럼 단기간에 전국적인 모델이 될 만큼 성과를 거둔 곳은 없다.

학교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구성된 수성구 시지에 있는데다 학생,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를 선택해 실무 중심으로 교육한다는 전략이 적중한 것. 꽃집 창업반 과정을 수강하는 이효중(25·여·회사원)씨는 "회사가 끝난 월·화요일 오후 시간이 적당한데다 집 가까운 학교에서 재료비 정도만 부담하면 되는 과정이라 현수막이 걸리는 걸 보고 바로 신청했다"며 "수강생들 가운데는 실제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꽃집 창업반, 제과·제빵반 등에는 취미 삼아 참가한 사람들보다 자격증 취득이나 취업, 창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수업 분위기는 더없이 진지하다. 조경기능사 실기반의 경우 지난 일요일에는 점심시간도 없이 오전 9시부터 6시간 반 동안 수업을 진행했지만 불만은커녕 교사에게 고마워하는 분위기 일색이었다.

이 학교 윤종윤 실업부장은 "인력과 시설이 제한돼 이번 과정에 100여 명만 참가할 수 있게 돼 주민들에게 미안할 정도"라며 "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학생들의 자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대구자연과학고의 방과후 학교의 제과·제빵반 학생들이 실습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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