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없는 대구의 거리가 미소를 배워가고 있다. 지하철 2호선 개통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삭막하던 대구의 거리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처럼 거리를 시민 휴식공간이자 열린 문화공간으로 만들려는 노력들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는 것.
지난 16일 오후 3시 중앙지하상가 분수대 앞. 주말 오후 가족과 연인, 친구와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금관 5중주의 감미로운 앙상블에 발걸음을 멈췄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거리음악회와 맞닥뜨린 시민들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음악인들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에서부터 다정한 포즈의 연인, 중년의 아줌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계단에 앉거나 둘러선 채로 모처럼 삭막한 도심의 거리를 적시는 선율의 향기에 빠져들었다. 더러 디지털카메라나 카메라폰으로 연주 모습을 담는 등 무대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빨간 카펫만이 무대를 알리는 표시일뿐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두 아이와 함께 시내 나들이를 나온 김경태(46·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소장) 목사는 "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거리 음악회를 대구에서 마주쳐 무척 인상적"이라며 "도시에 활력을 주는 거리무대가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대구백화점 앞. 여기서도 또 다른 거리음악회가 열렸다. 타악기 연주가 나른한 봄 햇살을 뚫고 귓전을 때린다. 마치 오후를 깨우는 청량제처럼 타악 선율이 시민들의 가슴에 성큼 다가선 것. 바흐와 베토벤이 연주되는가 하면 '쉘부르의 우산' 등 귀에 익은 영화음악들이 톡톡 튀는 타악기의 떨림으로 사방을 울리자 수백 명의 시민들은 연신 "앙~코르~"를 질러댔다. 특히 연주 중간에 간략한 곡 해설도 곁들여 쉽게 음악에 다가설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구시와 대구음악협회가 마련한 이날 거리무대는 문화예술중심도시 건설을 위해 대구시가 올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중인 행사. '멜로디가 흐르는 음악도시'라는 슬로건으로 연중 시내 거리에서 마련될 계획이다. 지난 2일 첫선을 보인 거리음악회는 오는 10월까지 매월 첫째, 셋째 주 토요일 오후 3시 중앙지하상가 분수대, 오후 4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는 9월에는 반월당 지하철 환승역에서도 마련된다. 5월 7일과 21일 중앙지하상가 분수대 앞에서는 현악 4중주와 남성중창 공연이, 대구백화점 앞에서는 브라스앙상블과 전자현악4중주가 예정돼 있다.
대구음협은 7, 8월 무더운 여름에는 공원에서 거리음악회를 검토하고 있고, 5월부터 KBS대구방송총국과 KT대구본부도 'KBS대구-시청자와 함께하는 토요음악회'를 KBS 야외음악당에서 열 예정이다.
지난 3월부터 대구연극협회가 마련해 온 거리공연예술마당 행사도 오는 11월까지 매월 2~4째주 수요일 오후 2, 4시 동대구역 대합실과 2·28기념중앙공원에서 계속된다. 5월 11일에는 마당놀이 '장승무'가 펼쳐진다. 또 청소년교육·문화센터 '우리 세상'은 23일부터 매월 넷째 토요일 오후 2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솟대 만들기, 천연 염색, 한지 공예, 굴렁쇠 돌리기 등 '우리 문화 체험' 행사를 연다.
대구시는 거리음악회가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22일 예술단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추경예산 확보를 통해 거리음악회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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