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을 배달하는 버스기사 이상식씨

"자식 가진 부모 마음은 다 같으니 다른 사람이라도 그리 했을 걸요."

23일 새벽 자신이 운전하는 버스에 탄 정신지체장애 고교생 서모(15)군을 경남 창녕 집까지 데려다 준 우창여객 이상식(45·경산시)씨는 별일 아니라며 손을 내저었다.

이씨가 서군을 만난 것은 22일 밤. 대구에 놀러왔다 이씨가 운전하는 910번 막차를 탔던 서군은 종점이 가까워지도록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씨가 서군에게 목적지를 물었으나 가는 곳은 물론이고 이름, 주소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일을 끝낸 이씨는 하루종일 밥을 먹지 못한 서군에게 해장국을 사먹였고 서군의 가방을 뒤져 건강보험증을 찾아 인적사항과 집 전화번호까지 확인했다.

서군이 경남 창녕에서 조부모와 어렵게 살고 있는 고교생임을 알게 된 이씨는 자신의 승용차로 새벽길을 운전해 집까지 데려다줬다.

"서군 집에 전화를 해보니 서군의 할머니가 받으시는데 가정형편이 어렵고 몸이 불편해 직접 데리러오기 힘들다며 난감해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서군의 집까지 가게 됐죠. 울먹이며 고마워하시던 할머니가 기름값이라도 하라고 몇푼 손에 쥐어주셨지만 그냥 돌아왔어요."

"경찰에 맡겨도 되지만 서군이 다니는 학교에 이 일이 알려질 수 있고 야단을 맞을까봐 걱정됐어요. 제가 조금만 수고하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아침에 등교할 수 있고 기다리는 할머니도 걱정을 덜 것이라고 생각했죠." 이씨의 선행은 서군이 밥을 먹은 해장국 식당에서 우연히 사연을 듣게 된 아주머니가 매일신문에 제보해 알려지게 됐다.

5년째 버스운전을 하고 있는 이씨가 선행을 베푼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비오는 어느 날 버스 안에서 한 할아버지가 미끄러지자 차를 세우고 직접 일으켜준 뒤 불편한 곳이 있으면 연락해달라며 회사와 자신의 이름, 전화번호를 적어줬다. 이씨의 친절에 감동한 그 할아버지는 버스회사에 이 사실을 알렸고 버스공제조합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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