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카라얀과 사이먼 레틀

한번 지휘대에 서 본 사람은 또 서 보고 싶어 하고, 중독이 되면 주위에서 아무리 말려도 그만두지 못하는게 지휘자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공부한 사람이면 누구나 전공과는 상관없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싶어 한다.

과거에는 지휘자가 연주만 잘하면 인정을 받았다.

예술적인 결정은 물론 인사권까지 가지고 있었기에 자신의 음악세계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지휘자를 뽑을 때 실력은 물론 지휘자를 통해 관중이 모일 것인지, 스폰서는 잘 확보할 수 있을지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결정한다.

또 단원 노조가 결성돼 있어 지휘자가 돈벌이도 제대로 못하면서 섣불리 야단치다간 지휘봉을 놓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국립오케스트라로 알고있는 빈필, 베를린필, 뉴욕필 등은 스폰서와 티켓 판매, 후원금 등의 수입으로 움직이는 민간오케스트라다.

그래서 전면에 나서는 지휘자의 이미지와 능력이 중요하다.

현재 미국 LA오페라하우스 음악감독인 도밍고는 노래보다는 비즈니스로 더 바쁜 사람이다.

과거 베를린필의 경우 카라얀이 재정의 90% 이상을 확보했고, 여러 이벤트를 통해 연말정산 때 단원들은 1억 원에 가까운 보너스를 받아갔다.

그러나 카랴얀의 전횡이 심해 단원들이 스트라이크를 벌이자 "카라얀이 싫은 사람은 모두 나가라. 우리는 카라얀과 다시 오케스트라를 만들겠다"고 말에 단원들의 입이 쑥 들어간 일도 있다.

베를린필이 카라얀 사후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지휘자로 초빙하자 단원들의 몸은 편해졌지만 카라얀 시절에 상상도 못한 연주 중 실수가 발생하고, 보너스 역시 10분의 1로 줄어들자 두 지휘자의 장점을 겸비한 사이먼 레틀을 모셔왔다.

영국 버밍엄 출신의 젊은 지휘자 레틀은 뭔가 다른데가 많은 인물이었다.

웬만한 지휘자가 와도 자기들의 음악과 색깔을 바꾸지 않던 빈필이 레틀이 지휘봉을 잡으면 연습자세가 달라지고 음악이 살아 움직였다.

무명의 버밍엄 오케스트라가 레틀로 인해 세계로 초청받는 오케스트라로 탈바꿈했으며, 버밍엄 시당국은 그를 위해 전용연주장을 건립, 공업도시 버밍엄이 문화도시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지휘자 노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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