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 영어 쓰기 지도 이렇게

영어 학습에서 가장 손대기 어려운 단계이면서 전체적인 실력 향상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쓰기 학습이다. 하지만 읽기나 듣기, 말하기만큼의 흥미와 학습 동기를 유발하기란 쉽지 않은 게 쓰기이다. 자칫하면 영어 학습에 대한 거부감이나 따분함을 느끼기 십상이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언제 시작하나

영어 학습의 단계에 비추어 보면 쓰기는 듣기와 말하기, 읽기 실력이 어느 정도 쌓인 뒤에 시작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그러나 기초 단계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쓰기 학습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의사소통 능력이 어느 정도 생기기 시작하면 우리말처럼 어린이 스스로 영어로 똑같이 쓰기를 하고 싶어 한다. 국어로 읽기와 쓰기를 잘 하는 어린이에게는 영어로도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것이 좋다. 문자가 무엇이고 어떻게 쓰이는지 국어를 통해 깨우친 아이에게 영어 문자를 의도적으로 가르치지 않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부모가 먼저 욕심을 내 쓰기를 강요하는 경우만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면 된다.

▲어떻게 시작하나

쓰기 학습을 시킨다고 처음부터 자유로운 작문을 시킬 수는 없다. 어린이의 수준을 고려해 적당한 학습 단계를 설정하고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점차 쓰기를 익혀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는 학부모가 어느 정도 통제하는 범위에서 학습을 시켜야 한다. 가장 쉬운 예로 베끼기를 들 수 있다. 영어 단어나 문장을 베끼는 것은 오류를 범하지 않으면서 영어 문장의 형태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쓰기 학습이라기보다는 읽기 학습의 또 다른 형태로 생각하고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좋다.

단어 학습의 경우 그림 카드 등을 통해 단어의 형태와 의미를 반복학습 시키는 것이 무난하다. 한국어로 번역한 뒤 이를 외우도록 하는 방법은 효과가 떨어진다. 단어 하나를 익히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비슷한 말이나 반대말 등을 통해 어휘력을 키워주는 것도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단어의 쓰임새를 실제 문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인식시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어느 정도 통제 학습 수준을 넘어섰다고 생각되면 편지나 쪽지, 일기 등의 양식을 통해 본격적인 쓰기 학습으로 연결한다. 이때도 부모 마음에 들 만큼 제대로 된 글쓰기를 당장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한국어 작문도 쉽지 않은데 영어로 일기나 편지 쓰기를 요구한다면 쓰기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반복적인 쓰기를 통해 작문 실력 향상을 기대하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다양한 읽기와 듣기를 통해 내용을 채워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고전이나 명문장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문장과 문체를 접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의 태도

쓰기 학습을 할 때 부모들은 대개 주도적인 위치를 포기하기 쉽다. 내 실력으로 아이의 쓰기 학습을 지도한다는 것이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쓰기 학습에서 부모의 영작 실력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읽기 학습에서 활용했던 스토리북이나 동화책 등을 쓰기에 적용하는 것처럼 교재에 나와 있는 문장을 중심으로 가르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는 무엇을 쓸 것인지 이야기를 만드는 연습을 시키고 충분히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그림을 그린 후 짧은 설명 형태로 쓰는 것도 초보 단계에서는 효과적이다. 또한 쓰기 활동을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훈련이 아니라 생일이나 기념일, 행사 등 특정 상황에 맞춰 수시로 자신의 생각을 담는 경험으로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간단하고 짧은 쓰기 결과물이라도 꾸준히 모아서 틈나는대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 주면 쓰기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지속시킬 수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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