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속의 한자-조선중기 여류시인 이옥봉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님이시여 요즘 어떠신지요.

창문에 달 비치면 새록새록 님 그리워

꿈 가는 길 내 혼의 발자국 남기기로 하자면

님의 집 문 앞 돌 길의 반은 모래 되었을 것입니다.

《옥봉집(玉峰集)》

이옥봉(李玉峰)은 16세기 후반부터 작품 활동을 한 조선 선조 때 시인으로,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중기 대표적인 *女流(여류)시인이다. 언제 태어나서 언제 죽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름은 숙원이고 옥천 군수 이봉(李逢)의 서녀(庶女)로 어려서부터 시문(詩文)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다. 첩살이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결혼을 포기하고 서울로 가게 되었다.

그러나 결혼을 포기했던 그녀도 서울의 명사(名士)인 조원(趙瑗)이란 선비를 만나 사랑에 빠져 스스로 그의 첩이 되기를 청(請)하였다. 조원은 옥봉을 받아들이면서 아녀자로서 더 이상 지아비의 얼굴에 먹칠하는 시 짓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게하고 옥봉도 이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이상 그리하겠노라 약속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조원 집안의 산지기 아내가 찾아와 하소연했다. 남편이 소도둑 *陋名(누명)을 쓰고 잡혀갔으니 조원에게 손을 좀 써 달라 했다. 옥봉은 파주목사(牧使)에게 시 한수를 써 보냈는데 글 마지막에 '이 몸이 직녀가 아닌데 낭군이 어찌 견우리오'라고 하여 소 끄는 견우를 빗대어 죄가 없음을 글에 담았다. 이 재치에 탄복한 파주목사는 산지기를 풀어 주었으나 이 일로 옥봉은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후에 조원의 아들 조희일이 명나라 사신(使臣)으로 가서 《이옥봉시집》을 보게 되었는데, 이옥봉은 바로 아버지의 첩으로 오래전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다. 그 시집은 수십 년 전 온 몸에 자신이 쓴 시를 노끈으로 감고 발견된 여인의 시체에서 나온 것으로 종이에는 빽빽이 시가 적혀 있고 '해동 조선국 승지 조원의 첩 이옥봉'이라 씌어 있었다고 한다.

자료제공 : 장원교육 한자연구팀

# 한자풀이

*否(부) : 아니다 *如何(여하) : 어떠함

*到(도) : 이르다 *紗窓(사창) : 紗(사)로 바른 창 [紗(사) : 깁, 얇고 가는 견직물]

*妾(첩) : 첩 *夢(몽) : 꿈 *魂(혼) : 넋

*跡(적) : 자취 *沙(사) : 모래

*女流(여류) : 어떤 전문적인 일에 능숙한 여자를 나타내는 말

*陋名(누명) : 1.창피스러운 평판에 오르내리는 이름 2. 억울하게 뒤집어 쓴 불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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