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대구,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직장과 더불어 대구에 자리 잡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지연, 혈연, 학연에 혼연까지도 이 지역과 무관한 탓에 보는 것마다 새롭고 만나는 사람마다 초면이다.

새벽의 초록빛 신천변은 풋풋하고 새큼한 향기가 흐른다.

한때는 지저분한 건천에 불과하여 차라리 복개하자는 주장도 있었다지만, 이렇게 맑은 물이 흐르는 수변공원으로 만든 것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테크노폴리스 사업은 대구의 비전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의 달성군 현풍면 입지가 확정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아직 넘어야 할 수많은 절차가 있지만, 21세기 지식산업의 핵심인 연구기관과 대학을 중심으로 쾌적하고 기능적인 신도시를 창조하여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대구의 산업구조조정과 인적자원 개발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된다.

대구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대구경제 침체의 주된 요인은 섬유산업 불황 때문이며, 섬유산업을 다시 일으켜야 대구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자료를 보면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대구시의 전체 제조업 출하액은 3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섬유업 종사자는 약 1만1천 명이 줄었지만, 기계·전자·자동차부품 부문 등이 크게 늘어 전체 제조업 종사자 수는 거의 비슷하다.

섬유산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대구는 그래도 섬유산업'이라는 고정관념에서는 벗어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자주 듣는 것이 "이곳 사람들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말이다.

서울에서도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정작 자신들을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나는 대구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보수적이거나 폐쇄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대학시절에 경상도 출신들을 많이 만났지만 특별히 보수적인 친구는 없었다.

그러나 혹시라도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것이 사실이라면 가급적 빨리 바뀌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좋지만 이 정체성이 지역이기주의와 아집에 바탕을 두어서는 안 된다.

쟈크 아탈리는 '호모 노마드(유목인)'에서 성벽과 경계가 없고 재산의 소유도 거의 없어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유목민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구는 적절한 입지 위치와 함께 넓은 배후지역을 가진 중심도시로서 KTX(경부고속철도)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보인다.

또 고속도로와 국도의 주요 분기점으로서 사통팔달의 중심에 위치하여 지역 그 자체로서 플레이스 마케팅의 강점을 갖고 있다.

이런 지리적 강점을 어떻게 살리는가는 결국 사람들의 변화에 달려 있다고 생각된다.

(이상용/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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