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들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

어제 한 해군중사의 미망인이 한국을 떠나갔다.3년전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남편의 순국을 홀대하는 '썩은나라'에서는 더이상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 분노와 슬픔을 삼키며 미국땅으로 떠난다고 했다.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본부 대표를 맡기도 했다는 그 미망인은 전사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되레 정부고위관계자는 추모본부에 '활동을 하지말라'고 해 서러웠다며 '나라를 위해 순직한 사람들을 홀대하는것은 (나라가) 썩은거 아니냐'고 절규했다.그녀는 또 '이런 희생이 있었음에도 왜 북한에는 할 말도 못하고 사과도 못받느냐'고 되물었다. '군통수권자가 군인의 말을 믿지 않는게 문제'라고도 했다.

남편을 잃은 슬픔보다도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군인의 명예가 제대로 존중받지 못했다는 분노가 그녀로 하여금 조국을 등지게 한 이유였다. 그녀가 조국을 등진 '굿바이, 코리아'사연이 보도된 날 또다른 신문에는 한국 전사자 미망인 사연과는 대조되는 미국의 JPAC사령부 얘기가 실렸다.

JPAC란 '미군전쟁포로'실종자담당 합동사령부'로 2003년 10월에 출범, 하와이에 본부를 둔 미국국방부산하 조직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원은 모두 425명, 15개 팀으로 나뉘어 전세계 어느곳이든 미군이 참전한 전투에서 실종'전사했거나 포로가 된 자국 장병들의 유해나 신병을 되찾아 오는 활동을 한다고한다. 이 사령부가 내건 모토가 바로 '그들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다.

참전미군 전사자 등이 고국땅에 돌아와 묻힐때까지 챙기겠다는 뜻이다. 한국 해군중사의 미망인이 자국 전사자를 홀대한다는 분노와 슬픔을 안고 미국으로 떠나던 날에도 미국의 JPAC요원들은 북한 땅에서 50년도 더 지난 6'25전쟁 때 전사한 '그들'(미군병사들)의 뼈를 파내 '집으로 모셔오는' 유해송환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6'25 격전지였던 함경남도 장진호 호수주변 전쟁터에서는 당시 718명의 미군이 전사하고 192명이 실종된 곳으로 '몇번만 삽질을 하면 유골이 나온다'는 말이 떠돌정도로 미군 피해가 컸던 지역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북한 병사들이 미군 요원들의 지휘 아래 미군의 유골과 군화, 군번표 등 유품을 파내 추려내는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내 미군 전사자 유골 발굴 작업을 시작한 것은 9년 전부터지만 그동안 200구의 미군추정 유골을 인수하고 이중 20여구는 유전자 조사 등을 통해 미군임이 확인되기도 했다. '제국주의자'로 지탄하는 미국의 공군기가 특수발굴 장비를 싣고 '악의 축'이라 비난한 북한땅에 들어가 북한 현역 군인을 동원해 발굴작업을 하는 불가사의한 실은 북'미간의 정치적 협상보다는 달러의 위력 덕분으로 보고 있다.

6자회담이니 핵문제로 앙숙처럼 어르렁거리는 양국관계로 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 발굴작업에 올 한해만 500만 달러(50억 원)의 발굴 대가가 지불됐다. 내 조국 내 우방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내 나라의 병사는 50년 아니라 100년이 지나더라도 적의 땅에 들어가 천금을 들여서라도 끝까지 찾아내 온다는 보훈정신을 엿보게 된다.

올 한해 단 한구의 유해밖에 찾아 오지 못할 경우 한명의 병사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데 50억 원이나 쓰는 계산이 된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보훈정신이야말로 젊은 병사들과 가족들의 가슴에 조국에 대한 충성과 애국심을 강렬하게 심어 준다는 사실은 이땅의 반미세력들도 부러워 할만한 일이다.

순국을 자랑스러워 하기 전에 억울한 분노를 느끼게 만들어 모국을 등지게 하는 나라, 내 장병을 죽인 적에게는 얼굴도 붉히지 못하는 수준의 보훈정신으로 젊은 병사들과 국민들에게서 얼마만큼의 충성심과 애국심을 끌어낼 것인가. 눈물을 머금고 떠난 서해교전 미망인의 한품은 모국 이별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란 보훈강국의 모토를 다시한번 떠올리게 된다. 오는 6월 서해교전 3주기 때 군 통수권자는 또 무슨 말을 할까. 그 미망인은 3주기 행사때도 오지 않겠다고 했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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