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중섭 '僞作' 논란

우리나라 화가 가운데 살아 있을 때보다 죽은 다음에 성가(聲價)가 치솟고, 작품들이 재평가되며, 그림 값이 엄청나게 오른 경우가 더러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경우가 서양화가 이중섭과 박수근이다. 더구나 이들에게 공통되는 특징은 처참할 정도로 불행하고 궁핍한 삶을 살았으면서 훌륭한 작품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생활에 반비례해서 예술적 성공을 거둔 건 작가적 태도와 독창성, 다시 말해 철두철미하게 화가임을 자부하면서 화가로 살았다는 점과 개성적인 세계를 창출했기 때문이었을 게다.

◇특히 이중섭은 예술과 현실 생활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켰고, 마침내 예술을 위해 현실을 돌보지 않았던 경우다. 이 때문에 가족과 헤어지고, 사회로부터 격리돼 불안'빈곤'방랑으로 점철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는 사후추인 형식으로 재평가되고, 기구한 생애까지 부각되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대중적인 인기까지 누리게 되기도 했었다.

◇이중섭 50주기 기념 미발표작 전시위원회가 소장해온 이중섭 작품 수백 점이 위작(僞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 시비는 한 경매회사에 유족이 내놓았던 작품의 진위를 싸고 벌어진 논란이 한국미술품감정협회의 '위작 조직설'과 그 연루 의혹으로 증폭됐다. 진품이라는 유족과 위작이라는 감정협회 모두 검찰 수사를 거론해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중섭의 차남 태성씨는 어제(24일) "논란이 되고 있는 소장품이 진짜임을 설명하러 한국에 왔다가 범죄조직에 연루돼 누명을 쓰게 됐다"며 감정협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감정협회 측은 "국내에 이중섭'박수근의 위작 600여 점을 갖고 있는 조직이 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으며, 전시위원회 측 역시 검찰 수사를 위해 모든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감정협회의 주장대로 공개되지 않은 이중섭 그림이 400여 점, 박수근 그림이 200여 점이나 된다는 게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전국의 미술관, 개인 소장가들이 소장하고 있는 이중섭의 작품이 200~300점이라니 과연 그만큼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 사실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오로지 창작에 몰두하면서 궁핍하게 살다간 예술가에게 돈 문제로 누를 끼친다는 건 '죄악'에 다름 아니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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