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언제까지 '특별법 타령' 만 할 것인가

대구시와 지역 섬유업계가 '섬유산업 구조조정 특별법' 입법을 또다시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의 의원 입법으로 발의되는 이번 특별법은 지난 1996년 추진했던 특별법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섬유업계가 '특별 대우'를 요구하던 습성을 버리지 못한 것 같아 입맛이 쓰다.

과거 추진했던 섬유특별법이 낡은 직기 교체 보조, 공장시설 매각 시 양도소득세 면제 등 재정지원에 치중했다면 이번 특별법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역 섬유업계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표현만 다르지, 불황의 늪에 빠진 지역 섬유업계의 구조조정을 도와달라는 얘기다.

섬유산업은 한때 지역 산업의 견인차였을 뿐 아니라 수출 효자산업이었다. 비중이 크게 줄긴 했지만 지금도 무역흑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고용흡수력도 높은 산업이다. 그러나 지역 섬유업계는 구조조정 기회를 놓치면서 고사(枯死)위기를 자초했다. 중국 등 후발 개도국의 거센 추격으로 1990년대 초부터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으나 업계는 외면했다. 대신 불황 때마다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지역 섬유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순서가 바뀌었다. 업계의 자구노력이 선행되고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과거 경험으로 미뤄볼 때 자구노력 없는 지원은 구조조정만 지연시켰다. 게다가 지역 섬유 산업에 대한 '특혜'는 자동차 부품을 비롯한 다른 지역 특화산업의 반발을 산다. 지역 섬유인들은 섬유산업의 반만 지원해줘도 좋겠다는 다른 산업부문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구조조정을 늦추며 '특별법 타령'만 할 게 아니라 첨단 고부가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것이 먼저다. 대구에는 섬유산업만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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