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은 이번 4·30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이다. 영천의 국회의원선거 결과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모두에게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 그래서인지 선거전 시작 이후 다녀간 금배지가 100여 개다. 영천시에서도 완산동의 재래시장은 여론의 집합지.
이 때문에 이곳은 연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사활을 걸고 표 싸움을 벌이고 있다.장날인 22일에는 열린우리당에서 문희상 의장과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고, 한나라당도 박근혜 대표와 당 지도부가 이곳에서 대회전을 벌였다.하지만 시장 상인들은 선거에는 큰 관심이 없고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한탄을 늘어놓았다.
고추를 다듬던 김잠조(80) 할머니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백성들을 편하게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민폐만 끼치고 있다"면서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시장이 되든 장사 좀 잘 되게 하는 사람을 뽑아야 된다"고 말했다.식당집 주인인 강경분(47·여)씨도 "남들은 선거 때도 됐으니 장사가 잘 되겠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선거 때문에 올 초부터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면서 "얼른 선거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야사동과 망정동 등 영천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한 아파트단지도 선거에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 후보들의 로고송과 확성기가 시끄럽게 울려대지만 정작 눈길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망정동 우방아파트에 사는 최덕희(38)씨는 "대구의 친구들이 '너희 동네는 남들은 4년마다 하는 선거를 1년마다 하니까 바쁘겠다'며 빈정대는 소리를 여러번 들었다"라고 했다.
영천시민들은 오히려 선거가 영천의 민심을 사분오열시키고 있다며 걱정이 컸다.영천시청의 한 공무원은 "공무원들 사이에도 전임 시장파와 당선 유력한 모 후보파로 갈라지고 있고, 상대방을 헐뜯는 유언비어도 많이 나돌고 있다"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해 친구들끼리 술자리를 할 때도 선거 이야기가 나오면 옆자리 손님을 의식해 낮은 소리로 속삭이듯이 이야기를 할 정도"라며 혀를 찼다.
한 마을 60여 가구가 모여사는 영천시 임고면 평촌 2리. 누구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동네 사람들이 가깝다. 그러다 보니 선거때문에 이웃 간에 마음 상할까봐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배정화(65)씨는 "선거전이 시작된 이후 선거 이야기는 금기시되고 있고, 이웃 간 왕래마저 괜히 신경이 쓰이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한 관심은 적지않은 듯했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1박2일간 있었던 박근혜 대표의 영천 지원유세에는 많은 시민들이 몰려 박 대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선거에는 관심이 없지만 박 대표를 보러왔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박풍(朴風)'을 다시 기대하고, 열린우리당은 '개발풍(開發風)'으로 맞서고 있다. 24일에는 김한길 의원의 아내인 탤런트 최명길씨까지 영천으로 동원해 '박풍'의 위력을 막으려고 애썼다.현재의 판세는 열린우리당 후보가 여전히 앞서는 것으로 한나라당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지도 격차가 지난 주말 박근혜 대표의 영천 방문을 계기로 많이 줄어 이제는 오차 범위 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상학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박 대표의 영천 방문이 상당한 바람을 일으켰다"면서 "27일과 28일 박 대표가 다시 영천 지원유세를 하고 나면 지지표가 결집, 현재의 선거 판세가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정병원 도당 위원장은 "이번에는 속더라도 여당에 한번 속아보자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라며 "지역 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가 절실하기 때문에 선거 판세가 반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채수·김병구기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