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카지노에 손님이 줄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성인오락실이 성업 중이다. 지난 6일 대구 중구의 한 성인오락실에서 수백만 원을 잃은 40대 남자가 오락실 업주를 살해한 사건이 단적인 사례.성인오락실의 불·탈법과 도박중독증에 걸린 꾼들의 이야기를 3차례 싣는다.
지난 22일 대구시 중구 한 호텔 성인오락실. 최근 2개월간 베팅승률이 높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침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는 곳이다. 오전 10시를 갓 넘겼지만 37대의 '페어라인'(PairLine) 파친코 오락기 앞에는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로 붐볐다. 저마다 대박의 꿈을 안고 버튼을 눌러대고 있었다.
한 남자가 "오늘 왜 이렇게 승률이 저조해? 이 기계 손본 거 아니야? 돈 좀 벌었다 이거지?"라며 열을 내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다른 가게에 가겠다"며 다른 사람들을 선동해 밖으로 사라졌다. 썰렁해진 분위기도 잠시.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취재진도 동참했다. '비경품게임물'이라는 스티커가 붙은 기계에서도 상품권이 흘러나왔다. 명백한 행정처분 대상이다. 직원에게 "상품권은 어디서 환전하느냐"고 물었지만 "그런 것은 다른 손님한테 물어보라. 상품권 환전 알선을 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오락실 내 '환전 알선'은 불법이기 때문에 대답을 회피한 것. 옆에 있던 사람에게 5만 원어치 상품권을 산 뒤 환전 장소를 물었다. 오락실에서 20m 떨어진 바깥 상품권 교환소에는 모자를 푹 눌러쓴 40대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상품권 5만 원어치를 주었지만 돌아오는 현금은 4만5천 원뿐. 10%는 수수료 명목으로 뗐다.
현행 법상 최고 경품액은 2만 원, 오락기에 손님이 투입할 수 있는 돈은 1시간에 최대 9만 원이지만 투입 한도액은 물론 베팅금액도 몇십 배 부풀려 있다.
취재팀은 경찰관과 서구의 한 오락실을 찾았다. 며칠 전 취재진이 단독으로 왔을 때엔 빈 기계가 없을 정도로 성황이었지만 이날은 손님이 유달리 적었다. 일명 '불새'라는 기계 앞에서 몇 명의 손님들이 연방 담배를 피워물고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환전이 실내에서 은밀히 이뤄졌지만 이날은 밖에 있는 환전소를 이용해야 한다고 종업원이 일러줬다. 규정상 성인오락실의 경우 청소년오락기 대 성인오락기 비율을 4대 6으로 맞춰야 하지만 규정을 지키는 오락실은 한 곳도 없다.
취재진이 찾은 서구의 다른 오락실에선 형식적으로 청소년오락기 7대를 갖춰놓고 있었다. 어렵게 접촉한 한 오락실 업주는 "하루 몇 십만 원만 들고 오는 손님 10명만 있어도 본전 뽑고 남는 장사"라며 "불·탈법을 하지 않는 오락실이 없지만 상품권 환전 문제 외에는 경찰이든 구청이든 점검이나 단속 한 번 없었다"고 했다.
대구지역 오락실은 2002년 798개(청소년오락실 포함)에서 올초 955개로 늘었다. 오락실을 찾는 사람도 다양해졌다. 자영업자뿐 아니라 퇴직자, 주부들까지 출입한다. 오전시간 대엔 자녀를 학교에 보내놓고 오락실로 출근하는 주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종업원은 "거의 매일 들락거리면서 수백만 원을 날린 주부들도 많다"고 했다.
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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