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캐가지 마세요" 농민들 볼멘소리

야산자락 텃밭에 키운 산나물 나들이객들이…

"야생초가 아닙니다.

제발 논밭에 들어오지 마세요."

봄나들이객들이 들판이나 야산의 소규모 논밭에서 농민들이 키우고 있는 야채를 무단으로 캐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농심이 멍들고 있다.

25일 경주시 천북면 이모(66)씨는 지난 몇 달 간 힘들게 길러온 봄나물용 머위와 상추를 송두리째 도둑 맞았다.

집 근처 야산 너댓 평에서 이들 야채를 키웠는데 이날 오후 누군가가 모두 캐가버렸다는 것이다.

또 이날 경주시 안강읍 한 마을에서도 논두렁에서 키우던 돌미나리를 두고 농민과 "모르고 캤다"는 나들이객들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고, 마을 인근 야산 곳곳에서는 두릅이나 곤달비 등 산나물을 두고 현지인과 외지인간에 "야생초다", "키운 것이다"이라는 시비도 있었다.

게다가 소풍나왔던 도시인들은 들뜬 마음에 '들키면 장난이고 아니면 다행'이라는 고의반 장난반의 심정으로 텃밭에 무단으로 침입했다가 적발되면 "돈으로 물려주면 될 것 아니냐"며 막말까지 해 농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경주시 천북면 김순이(61)씨는 "키운 것인지 야생초인지는 밭의 상태만 봐도 아는데 모르고 들어왔다는 게 말이 되냐"며 "대부분 노인들의 생계가 달린 것인 만큼 손대는 것은 도둑질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들녘 순찰을 강화할 방침이며 만약 적발되면 절도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주·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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