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사랑과 어긋난 운명의 비극이 그의 아름다운 음악과 어우러진 한편의 시 같은 영화다. 베토벤과 동시대에 살았던 대문호 괴테는 "그보다 더 집중력이 뛰어나고, 더 정력적이며, 더 내면적인 예술가는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며, 괴테의 전 생애를 통틀어 베토벤에게 최상의 찬사를 보냈다. 이 천재 음악가의 운명의 여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라는 화두를 던지며 영화는 시작된다.
1827년 베토벤의 장례식이 끝나고 그의 막대한 유산을 혈육이 아닌 '불멸의 연인'에게 준다는 친서가 발견된다. 이 편지는 마지막 두 교향곡과 바이올린 소나타가 탄생한 1812년(42세)에 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충실한 비서였던 쉰들러는 베토벤의 뜻을 받들기 위해 알려지지 않은 이 여인이 누구인지 찾아 나선다.
베토벤 삼 형제가 바덴에서 함께 지내던 어느 해 여름, 동생 카스퍼는 조안나라는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조안나는 냉정해보이지만 열정을 가진 베토벤과 사랑에 빠진다. 아기를 임신하게 되자 두 사람은 사랑의 도피를 계획하고,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러나 약속 장소에 베토벤이 나타나지 않았다. 조안나는 배신감과 수치감에 휩싸여 카스퍼와 결혼해버린다. 베토벤은 운명의 장소로 가는 도중 폭풍을 만나 발이 묶이고, 황급히 그녀에게 전보를 보내지만 전달되지 않았다.
동생의 아내라는 접근 불가능한 대상에 대한 포기할 수 없는 열망이야말로 그를 평생 고뇌에 빠뜨리게 한 부조리 자체였다. 조안나가 떠난 영문도 모른 채 걷잡을 수 없는 성격의 베토벤의 조안나로 향한 애증은 잔인했다. 동생이 죽자 그녀의 양육권을 박탈하고, 행실이 문란한 창녀라고 비난했다. 베토벤이 평생 원수처럼 여겼던 이 여인이 바로 그의 영원한 연인이었다. 사랑의 절정에서 결별한 두 사람은 평생 애증을 간직한 채 다가서지도 떠나지도 못하며 바라보고만 있었다. 베토벤은 여러 이성 관계에서 거듭 실패했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 무엇이 이토록 한 여인에게 마음을 묶어두게 했을까.
한눈에 반해서 평생 잊지 못하는 열정적인 사랑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베토벤의 아버지는 성공과 출세욕에 사로잡혀 아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어느 날 왕족 앞에서 연주하게 된 베토벤은 새 피아노에 위축되어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모차르트처럼 인정받기를 바라던 아버지는 실패한 아들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아버지의 권위주의는 베토벤을 위축되고, 자기 처벌적이고, 염세적인 성향으로 몰고 갔다. 아버지로 향한 사랑과 미움의 이율배반적인 딜레마에 놓인 그에게 창작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베토벤이 사랑한 조안나는 강인하고 실용적인 여성이었다. 어머니에게서 보상받지 못한 심리적 안정감을 그녀에게서 구하려고 했던 것일까. 아버지로부터 벗어나려는 수단으로 조안나와의 비밀 도피를 계획했는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앙드레 그린은 사랑과 증오의 모든 감정은 가정에서 비롯되며, 가정이야말로 모든 절묘한 비극의 공간이라고 했다. 민감하고 상처받기 쉬우며, 감정 조절을 잘 하지 못하고, 괴팍한 성격과 그의 한 여인에 대한 병적인 집착은 그의 부모 관계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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