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 때문인지 가운데 앉은 나는 이마를 살짝 찡그리고 있고 내 오른쪽에는 곱게 쪽을 지신 할머니께서, 왼쪽에는 미용실까지 가서 고데기로 한껏 머리를 부풀린(?) 어머니께서 앉아 계신다. 흑백사진이지만 두 분이 입고 계신 한복의 색이 유난히 고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내 앞에 놓여있는 커다란 가방. 초등학교 들어가고 처음 간 봄 소풍은 우리 집의 큰 행사로 기록되어 앨범 속에 남아 있다.
맏이인 나에게 유난히 정성을 쏟으셨던 할머니는 천식을 앓고 계셔 산에 오르는 것이 몹시 힘드셨을 텐데도 소풍에 따라와 주셨다. 음식 솜씨가 유난히 좋으셨던 어머니는 첫딸의 소풍에 아이 혼자는 도저히 들지 못할 만큼의 음식을 준비해 주셨고 할머니 혼자서는 안 되겠다 싶으셨는지 두 살 터울로 총총 있는 동생들을 맡기시면서 까지 소풍에 따라와 주셨다.
새벽같이 5일장이 열리는 장터 어귀의 미장원에 들러 머리도 예쁘게 하고 고운 한복을 입으셨던 어머니. 시골 학교의 소풍이라 따라오는 부모님이 별로 없던 지라 할머니와 어머니의 동행만으로도 내 어깨에는 잔뜩 힘이 들어갔었는데 두 분이서 들고 오셨던 가방 속의 맛난 음식들은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냈었다. 맛도 맛이지만 너무 예쁜 모양에 누구 하나 선뜻 먹으려 하지 못하고 군침 넘어가는 소리만 꼴깍꼴깍 들렸었다.
그렇게 내 첫 소풍은 고운 한복을 입은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가방 속의 예쁜 도시락으로 인해 봄 햇살보다 더 화사하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좋은 자리를 찾는 어머니의 뒤를 따라가면서 나는 그 가방을 들고 갔고 가방은 뭣하려 들고 왔느냐는 말과 함께, 저쪽으로 갔다 놓으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눈물이 왈칵 했고 결국 할머니에게 도움을 얻어 같이 사진을 찍게 되었었다.
아이의 소풍 날 도시락을 다섯 종류를 쌌다. 김밥, 달걀말이 김밥, 매실 샐러리 김밥(일명 캘리포니아 롤), 새우 주먹밥, 매실 장아찌 주먹밥을. 수업을 마치고 오니 휴대 전화에 날아 와 있는 아이 친구들의 문자들. 맛있다니 고맙다는 답 글을 보내면서 아이와 비슷한 추억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아 너무 기뻤다. 아이도 언젠가는 자신의 아이를 위해 도시락을 싸며 나의 도시락을,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마음을 떠올려줄까?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밥 6공기, 밥 양념 소스(참기름 3큰술, 식초 3큰술, 소금 2작은술), 김 6장, 달걀 3개, 당근 1개, 단무지 6줄, 매실 절임 300g, 샐러리 1대, 게맛살 3줄, 마요네즈 6큰술, 소금과 식용유 약간.
◇만들기=①밥은 찹쌀과 멥쌀을 2대1의 비율로 고슬고슬하게 지어 식힌다. ②단무지는 물기를 빼두고 당근은 채 쳐 살짝 볶는다. ③달걀은 풀어서 얇게 부친 후 2㎝ 넓이로 자른다. ④샐러리와 게맛살은 다져서 마요네즈에 버무린다. ⑤매실 절임은 너무 작지 않게 다진다. ⑥ 밥에 소스를 넣고 버무린다. ⑦김발을 깔고 그 위에 랩을 깐 뒤 밥을 김의 2분의1정도 꾹꾹 눌러 펴고 김을 올린 후 준비한 재료들을 모두 넣은 후 말아준다. 이 때 랩이 김밥 속으로 말려들지 않도록 조심하고 랩을 감은 채 한 동안 두어 모양이 잡히도록 해준다. ⑧랩을 벗긴 후 한 입 크기로 잘라 도시락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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