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혼 7년차인 주부 강모(35)씨는 재래시장보다는 대형소매점(할인점)이나 홈쇼핑'인터넷쇼핑몰을 주로 찾는다. 다양한 품목을 갖추고 있어 쇼핑하기 편리한데다 시간'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결혼 전에는 어머니와 함께 재래시장을 자주 이용했다는 강씨는 "찾아가기 불편한 재래시장이나 물건 구색이 다양하지 않은 동네 슈퍼마켓에서 할인점이나 인터넷 쇼핑몰 쪽으로 구매처가 바뀌었다"고 얘기했다.
1996년 유통산업 완전개방 이후 10년 동안 우리나라 유통업계 지형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통계로 보는 유통개방 10년' 보고서에 따르면 슈퍼마켓 등 소규모 점포의 위상은 추락한 반면 대형할인점, 편의점, 무점포판매 등 새 업태는 급성장하는 등 유통'소비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할인점으로 향하는 발길 잦아졌다=유통시장 개방 바람은 유통산업구조 변화뿐 아니라 소비자 구매패턴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특징은 강씨 경우에서 보듯 저가격과 다양한 품목을 무기로 내세운 대형소매점으로 향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것. 과거 동네 슈퍼마켓에서 주로 구입하던 식료품을 대형소매점에서 구매하게 됐고, 전자상가나 가구단지 등에서 구입하던 내구재 역시 대형소매점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했다(표1 참조). 의류를 제외한 식료품, 생활용품, 내구재 등의 구매처 조사에서 대형소매점이 모두 1위를 휩쓸 정도로 대형소매점으로의 '쏠림현상'이 가속화됐다.
▲슈퍼마켓 등 소규모 점포 10년 새 8만여 개 사라져=보고서에 따르면 개방 원년인 1996년 대비 대형소매점 판매액은 779.6%, 편의점은 197.2% 늘어났으며, 무점포판매업 역시 통계조사를 시작한 2000년 대비 70.0% 증가했다. 그러나 슈퍼마켓과 구멍가게 등이 주를 이루는 기타소매업은 각각 19.4%, 12.0% 감소했다(표2 참조).
대형소매점 급성장세는 업태별 점포 수에서도 확연하다. 대형소매점은 8년 만에 10배가량 증가했고, 종업원 4인 이하 영세 소매업체 8만 개가 사라졌다(표3 참조).
유통시장 개방에 따른 경쟁촉발로 인해 유통업체들의 생산성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종업원 20인 이상 중대형 소매업체 1인당 매출액은 개방 직후인 1997년 7천600만 원에서 2003년 1억8천300만 원으로 급상승한 반면 4인 이하 영세 소매업체는 같은 기간 5천700만 원에서 5천900만 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중소 소매업체 지원에 역량을 집중해야"=대한상의는 "유통서비스산업 개방으로 경쟁력 있는 신(新)유통업태들이 탄생했지만 동시에 영세소매상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왔다"며 "일본의 유통개방 30년사에 비춰 볼 때 영세 소매업체 퇴출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0년 동안은 '영세소매상의 사회 안전망 구축'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중견기업으로 육성'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안 마련' 등 중소 소매업체 지원에 정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10년의 과제를 유통업태별로 보면 백화점 경우 할인점과 차별을 위해 상위고객에 집중하는 전략과 함께 패션의류나 럭셔리 마켓 확대가 중요하다고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또 중소유통업은 정부의 사회 안전망 구축, 전업을 위한 퇴출장벽 완화,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지원 시책 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편의점은 순수가맹점의 비율 확대, 고마진 상품(가공식품'잡화'패스트푸드)의 구성비 증대, 여성 및 젊은 고객 증대 등이, 무점포판매는 고객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기업의 이미지 관리 및 철저한 약속 이행이 향후 10년의 과제로 각각 꼽혔다. 대형소매점은 식품 위주의 상품 구색으로 특화하며 규모를 축소하고, 상권 규모가 작은 SSM(슈퍼슈퍼마켓)으로의 진화가 과제라고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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