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송라면 부경온천 인근 야트막한 산중턱에 자리잡은 황토벽돌집. 성대현(51'포스코선재부), 조영희(45)씨 부부가 운영하는 베들레헴 공동체이다.
지난 9일 문을 연 이 곳에서 성씨 부부는 피붙이도 아닌 중증 장애인을 가족처럼 돌보며 살아간다. 성씨는 10여년 전 심근경색으로 전신이 마비돼 삶의 희망을 잃었다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 부인 조씨는 "그 때 우리는 덤으로 귀중한 삶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남을 위해 남은 삶을 살자고 다짐했다"고 말한다.
부부는 이후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포항지역의 구족화가로 유명한 이상열(61)씨와의 만남은 공동체 조성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선 하루도 지탱할 수 없는 이들에게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간절함이 결심을 굳히게 만든 것.
이에 부부는 장애인들을 위해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2001년 '두무치 패랭이(www.dumuchi.com )' 공동체를 구성했고 이들과 함께 살 터전을 만들게 됐다. 재원확보를 고심하던 성씨는 살던 집을 처분하고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 중간 정산금도 보탰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성씨 부부의 아름다운 마음이 전해지면서 많은 후원자들이 생겨나 베들레험 공동체가 탄생하게 됐다.
황토를 공부한 학생들이 황토벽을 쌓았고, 조경 전문가가 조경을, KT포항지사 조근묵 지사장과 직원들은 전화 가설 등에 나섰다. 소식을 전해듣고는 선뜻 나서 인터넷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해주는 등 도움의 손길이 잇따라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됐다. 정장식 포항시장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런 도움으로 성씨 부부는 현재 이상열씨를 비롯, 세 명의 중증장애인과 1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성씨가 출근한 낮에는 부인이 수발을 거들고 저녁에는 성씨와 함께 손발이 되고 있다.
중증장애인 이동양(56)씨는 "이 곳에 들어 온 것은 내게 너무 큰 축복이다"면서 "여기에 들어오지 못한 분들께 미안하고 혹시나 이 행복이 깨질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손길도 이어져 지금은 40명이 넘는다. 성씨 부부와 함께 하는 가톨릭 신자들과 포스코 직원들이 대부분. 이들은 월~금요일 까지 2인 1개조로 매일 밑반찬을 만들어 오기도 하고 말 벗이 돼 주기도 한다. 모두들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그러나 운영비가 만만찮아 부부 고민도 크다. 이번 달 수도'전기료만 80만 원이 나와 성씨 월급 만으론 한계다. 성씨는 "우리 부부의 작은 사랑이 사회를 보다 아름답게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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